공립고 성추행 교사, 수업중 “원조교제 하자”

교과 관계없는 성희롱 발언 추태
다른 1명은 직위해제에도 학교 출입… 학생들에 선처 탄원서까지 받아

교장과 교사들의 성추행 및 성희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의 공립 A고등학교에서 가해자들의 추가 비행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해 교사 중 한 명은 수업 중 “원조교제를 하자”는 발언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 50대 B 교사는 교실에서 수업 중 교과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성희롱 발언을 계속했고, 여학생들을 상대로 원조교제를 하자는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B 교사는 일부 여학생을 ‘황진이’ ‘춘향이’ 등으로 부르고, 6명의 여교사를 상대로 성추행을 벌였다는 피해자 진술이 확보된 인물이다. 시교육청은 “해당 교사가 실제로 원조교제를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수준의 성희롱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의 부실 대응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과 격리돼야 할 가해 교사가 계속 학교에 나타난 것. 올해 2월 여학생 성추행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직위 해제까지 된 50대 C 교사는 A학교에서 진행된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을 핑계로 학교에 드나들었다. 시교육청은 학생들로부터 이 교사를 격리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을 상대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받는다며 학생들과 직접 접촉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당국의 대응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A학교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 시교육청에 보고됐는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2월 회식 장소인 노래방에서 여교사를 성추행한 50대 D 교사는 별다른 징계 없이 있다가 올해 3월 다른 학교로 비정기 전출됐다. A 학교 교장은 “(지난해 2월) 사건 직후 시교육청에 유선으로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비정기 전출이기 때문에 시교육청에 통보한 것은 맞지만 내용이 충분하게 보고되지 않았다”며 “해당 교장으로부터 유선으로 보고를 받았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1차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5명의 이전 근무지와 전출된 학교까지 조사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이들이 이전 근무지와 전출 학교에서도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