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 못 놀아” 아침부터 TV… 라면 먹고 또 TV… 살찌는 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7일 03시 00분


[2015 건강 리디자인/아이건강, 평생건강]‘비만 프로젝트’ 선홍이의 방학 점검

6일 오전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의 운동 치료를 받고 있는 김선홍 군. 진 교수는 “아이의 비만은 결국 부모의 책임”이라며 “아이가 스스로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알고 운동을 좋아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독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6일 오전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의 운동 치료를 받고 있는 김선홍 군. 진 교수는 “아이의 비만은 결국 부모의 책임”이라며 “아이가 스스로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알고 운동을 좋아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독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요즘 김선홍(가명·9) 군의 아침은 TV 리모컨과 함께 시작된다. 방학이 된 후 오전 7시에 일어나자마자 TV를 보고 식사 후에도 다시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한다. 여름이라 날씨가 덥다 보니 아예 집에서만 지낸다. 집에서라도 몸을 움직이면 좋겠지만, 아랫집을 생각하면 뛰어놀 수도 없다.

3월부터 동아일보의 ‘2015 건강 리디자인―아이 건강, 평생 건강’ 기획 가운데 비만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김 군은 3월 25일 첫 진료 이후 몸무게가 1kg가량 빠지고 키도 3cm 이상 크는 등 효과를 봤다. 김 군 스스로 기름진 음식을 적게 먹고 자전거를 타거나 많이 걷는 등 운동도 자주 했다. 그런데 여름방학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게을러지고 운동을 덜 하는 것은 기본. 점심 식사 때 라면이나 빵, 햄버거 등 인스턴트식품을 먹는 경우가 늘었다. 또 덥다 보니 아이스크림을 하루에 3개씩 먹곤 한다. 어머니 임모 씨(49)는 “그동안 식단 조절과 운동 덕에 아이의 비만이 많이 좋아졌는데, 방학 때 다시 살이 찌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 군과 어머니 임 씨는 6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다시 찾아 신체 상태를 측정하고 방학 중 생활 습관과 식단, 적절한 운동에 대한 상담과 처방을 받았다.

○ 방학 중에도 인스턴트식품 멀리해야

“몰라요. 엄마가 운동하라는데, 요즘 덥고 졸려서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재미도 없고요.”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묻는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의 질문에 김 군은 몸을 배배 꼬며 이렇게 답했다. 김 군은 키가 크고 몸무게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근육량이 증가하고 지방량은 감소해 수치로만 보면 상당히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표준보다 체지방이 많고 복부지방률이 높아 과체중에 속한다. 진 교수는 “과체중 아이들은 몸을 움직이기 싫어해 방학이면 나태해지기 쉽다”며 “아이가 몸이 뚱뚱하면 왜 좋지 않은지 스스로 인식하게끔 부모가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머니 임 씨는 “하루 한 끼 정도는 짜장면이나 냉면, 국수,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을 먹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임 씨는 “솔직히 방학이 되니 매끼 밥을 차리는 게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박영옥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는 “성장기 아이들은 물론 과체중, 비만 아동이라면 절대 인스턴트 음식을 먹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음식은 주로 탄수화물인데, 영양 측면에서도 좋지 않고 특히 체중 조절에는 독이 되기 때문. 가능하면 세 끼 모두 밥과 나물, 콩이나 두부, 등 푸른 생선과 같이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 위주로 먹이는 게 좋다.

○ 아이스크림, 수박 대신 생과일을 얼려서

김 군은 “여름이 된 후 아이스크림을 하루 3개씩 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나 수박은 칼로리가 높고 당분이 많은 대표적인 간식. 특히 아이스크림은 1개(100g 기준)가 100∼300Cal로 밥 3분의 1공기∼한 공기 수준이다. 따라서 과체중이나 비만 아동이라면 아이스크림을 먹여서는 절대 안 된다. 그 대신 생과일을 갈아서 얼렸다가 아이스크림처럼 만들어 먹인다. 무엇보다 아이가 덥다고 할 때 시원한 물을 많이 마시게 하는 게 좋다.

김 군처럼 과체중인 아동에게 적당한 하루 간식량은 저지방 우유 2잔(오전, 오후 1잔씩)과 수박 1조각 또는 토마토 2개 정도다. 혹시 아이가 운동 후 배고파한다면 저지방 우유와 함께 찐 감자를 준다.

○ 짧은 시간 간헐적 운동이 더 좋아


운동 역시 지방을 태울 뿐 아니라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체중을 조절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에어로빅 등 유산소 운동이 좋다. 하지만 날씨가 더운 여름에는 아이들이 특히 몸을 움직이는 걸 싫어한다. 따라서 아이에게 무작정 밖에 나가 운동을 하라고 하는 것보단 부모와 형제자매 등이 함께 참여해야 아이가 흥미를 갖고 몰입할 수 있다. 다만 김 군처럼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아동은 과도한 체중으로 인해 근육이나 관절 등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지나치게 오랫동안 운동하는 것은 피한다.

진 교수는 “아이들은 꾸준한 운동보다는 짧은 시간에 간헐적으로 하는 운동을 더 좋아한다”며 “살을 빼게 한다고 무조건 특정 운동을 반복하게 하면 오히려 아이가 운동과 멀어지고 더 비만해질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군은 진료를 받는 내내 의자에 누운 듯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성장기 아이들이 눕거나 비스듬히 앉을 경우 살이 찌는 것은 물론이고 체형과 건강에도 좋지 않다. 조자향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전임의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가까운 거리는 걷는 등 몸을 자주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김 군 또래의 아이들은 성장기이므로 무리하게 체중을 줄이는 것은 좋지 않다. 조 전임의는 “김 군은 체중이 조금 줄면서 키는 컸기 때문에 일단 성공적”이라며 “아이가 올바른 생활 습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독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치의 한마디]“방학 때 규칙적 취침-기상은 기본… 매일 1, 2시간 수영을”

조자향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전임의
조자향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전임의
소아 비만을 이겨내려면 아이 스스로 생활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선홍 군은 긍정적인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다만 방학이라 아이와 부모 모두가 나태해진 모습을 보이는 게 아쉽다.

무엇보다 김 군처럼 어린아이의 경우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어 노는 것만으로 충분한 운동이 될 수 있다. 부모가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방학 때 생활 지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 다닐 때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고 규칙적으로 일어나도록 한다. 평소 등교할 때 오전 8시에 일어났다면 방학 때도 그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도록 한다.

둘째, 방학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식사를 하게 해선 안 된다. 아이의 학원이나 여가활동 시간 등을 고려해 식사 시간을 정하는데, 보통 아침은 오전 8시 반, 점심은 오후 1시, 저녁은 오후 6시에 먹는 게 권장할 만하다.

셋째, 방학 때는 비교적 오전에 시간이 많이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처럼 앉아서 하는 활동을 늘려서는 안 된다. 이 같은 활동은 하루에 2시간 미만으로 제한하는 게 좋다.

넷째, 아이가 하루 1, 2시간 정도 운동을 하도록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덥기 때문에 잘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데, 이 경우 수영을 시키는 게 좋다.

다섯째, 행동수정 요법을 활용한다. 이는 체중 감량을 목표로 자신의 잘못된 습관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말하는데, 식사일지 쓰기 등이 해당된다. 예를 들어 오늘은 어떤 음식과 간식을 먹었고, 어디를 어떻게 다녔는지 적어 보는 것이다. 이렇게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면 부모의 지시 없이도 아이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통제할 능력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칭찬에 대한 보상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보단 여가 시간 늘려주기, 책 사주기, 전시회나 공연 보여주기 등을 하는 게 좋다. 반대로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방문을 닫고 책상 앞에 앉아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등 신체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피하도록 한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조자향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전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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