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도시재생, 외국선 어떻게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0일 03시 00분


[도심 주택이 늙어간다]日, 전면철거 대신 주민 뜻 물어 분할개발
英, 범죄감소 등 목표로 한 ‘커뮤니티 뉴딜’

쇠락한 英 항구도시가 문화타운으로 영국 타인위어 주 게이츠헤드는 쇠락한 항구도시였지만 1990년대부터 타인 강을 중심으로 음악당, 미술관 등을 세우는 방식의 도시재생을 추진해 지금은 새로운 문화예술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사진 출처 twmuseums.org.uk/marriott.co.uk
쇠락한 英 항구도시가 문화타운으로 영국 타인위어 주 게이츠헤드는 쇠락한 항구도시였지만 1990년대부터 타인 강을 중심으로 음악당, 미술관 등을 세우는 방식의 도시재생을 추진해 지금은 새로운 문화예술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사진 출처 twmuseums.org.uk/marriott.co.uk
일찍이 산업혁명을 이룩한 영국과 전후(戰後) 마구잡이로 지어진 불량주택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일본도 처음에는 낡은 주택을 한꺼번에 부수고 다시 짓는 ‘전면 철거방식’으로 주거지를 정비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정비사업은 지역사회를 파괴하고 상태가 양호한 주택까지 파괴하는 문제를 낳았다. 결국 두 나라 모두 기존의 도시구조와 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일본의 도시재생은 소규모, 점진적으로 이뤄진다. 한국의 ‘뉴타운’처럼 일괄적인 개발방식은 최대한 지양하는 게 특징이다. 오사카(大阪) 부 네야가와(寢屋川) 시의 히가시오토시 지구는 낡은 주거지를 5개 구역으로 나눠 차례대로 재개발·재건축을 진행했다. 공공기관이 직접 나서서 매물로 나온 토지나 집을 확보한 뒤 인근 주택 소유자들과 논의를 거쳐 재개발을 진행했다. 자연스럽게 재개발에 필요한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줄고 사업은 활성화됐다. 이를 지켜본 지구 바깥 지역에서도 정비사업이 자발적으로 확산되는 등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적극적인 ‘주민 참여’다. 재생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개발 초기부터 협의회를 구성해 모든 계획을 함께 수립한다. 미처 참여하지 못한 주민을 위해선 수시로 설명회와 간담회를 열어 정보를 제공한다. 또 재건축 상담서비스, 하우징 어드바이저 파견, 재건축 건설비 보조제도, 세입자 임차료 보조제도 등 재건축지원사업을 도입해 주민의 경제적인 부담을 최대한 덜어낸 것 역시 눈에 띈다.

1960년대부터 도시재생 개념을 도입한 영국에서는 ‘커뮤니티의 보존’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단순히 주택 겉모습을 고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 범죄 감소, 건강지표 개선 등 다양한 목표를 두고 개선사업을 벌이는 게 특징이다. 이를 위해 영국은 커뮤니티 뉴딜정책(NDC), 주택시장 개선 프로그램(HMR) 등 법적, 제도적 테두리를 마련해 안정적으로 재생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재우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한국의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은 ‘선(先)전면철거, 후(後)공동주택 건설’ 방식으로 지나치게 단순한 측면이 있었다”며 “적극적인 공공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다양한 방식의 재생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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