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욱’하는 순간 내 차가 흉기가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0일 03시 00분


신용선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신용선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지난달 고속도로에서 보복운전을 한 운전자가 불구속 입건됐다. 30여 km나 따라가며 경적을 울리고 욕설을 한 혐의다. 당시 피해자 차량에 탄 5개월 된 아기의 생명을 앗아갈 뻔한 상황이었다. 피의자는 끼어들기를 한 자신에게 상향등을 깜빡였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최근 보복운전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나날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복운전이 증가하는 배경에 ‘로드레이지(Road Rage·도로 위의 분노)’가 있다고 말한다. 평상시 쌓인 분노가 억눌려 있다가 운전대만 잡으면 쉽게 터져 버리는 것이다.

보복운전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운전 중 의사소통의 부재가 발단이 되는 때가 가장 많다. 최근 한 조사결과를 보면 보복운전 경험자 중 80%가 ‘상대 운전자가 미안함을 표시했다면 보복운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도로는 우리가 모두 함께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소통의 공간이다. 특히 차들이 빠르게 달리고 있는 도로 위에서의 소통 부재는 전혀 예기치 못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그렇다면 위협적인 보복운전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방어운전을 습관화해야 한다. 방어운전은 다른 운전자의 위험한 행동에도 적절히 대처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운전법이다. 도로 주행 때 안전공간을 확보하고 돌발 상황 등 다양한 교통 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방어운전의 최고 수칙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운전 매너를 지켜야 한다. 운전 중 본의 아니게 상대방에게 피해를 줬다면 비상등을 켜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해도 경적을 울리거나 욕설을 하는 것을 피하고 사고 방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안전한 도로 환경을 위해서는 나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65세 이상 어르신, 부녀자 등의 운전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화가 난다는 이유로 경적을 울리거나 난폭하게 추월하는 행동이 내 가족의 누군가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배려하는 운전습관이 갖추어질 때 위협적 보복운전은 사라지고 건강한 도로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신용선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보복운전#로드레이지#운전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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