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여개 점포 입주 인천 용현시장… 다양한 볼거리로 고객유치 안간힘
시장 한가운데 스포츠센터 건립… 운동 끝난 주민들 쇼핑 연결시켜
조선시대 양반과 머슴, 기생 등으로 분장한 인천 남구 용현시장 아르바이트생들이 4일 손님과 상인들에게 밝게 인사하고 있다. 이들은 몸이 불편한 손님의 바구니를 대신 들어주거나 시장 곳곳을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도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용현시장 제공
4일 오후 3시경 인천 남구 용삼길 용현시장. 20대 초반 남녀 여럿이 조선시대 양반과 머슴, 기생 등으로 분장한 채 시장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상인과 손님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이 시장 상인회가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20대 청년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이날부터 시장 홍보에 나선 것.
이 시장은 지난해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원하는 ‘문화관광형 육성시장’으로 선정돼 정보통신기술과 자생력 강화, 기반설비, 이벤트홍보사업 등에 내년까지 18억 원을 지원받는다.
이덕재 상인회장(36)은 “한 달에 아르바이트생 5명을 뽑아 매주 2차례씩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며 “시장을 찾는 손님은 물론이고 상인들의 반응도 좋아 내년까지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70여 개 점포가 입주해 있는 이곳은 1963년 개설된 인천의 대표적 전통시장. 2013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다녀가 화제에 올랐다. 하지만 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정기적으로 패션쇼와 밴드 공연, 깜짝 콘서트 등을 열어 전통시장에 문화를 접목한 곳으로 더 유명하다.
이 시장은 2010년 큰 위기에 빠졌다. 직선거리로 1k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대형마트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형마트가 남구의 허가를 받아 2012년 인근 숭의동에 문을 열었다. 게다가 이곳에서 불과 500여 m 떨어진 용현동 용마루지구는 재개발지구로 지정돼 토지 보상을 받은 3000여 가구 1만여 명에 이르는 주민이 이주를 시작했다.
2011년 취임한 이 회장은 “시장에 문화의 개념을 도입해 손님들이 다시 찾는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상인들에게 약속한 뒤 ‘용현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화목한 용현시장’이라는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선보였다. 매주 화, 목요일 시장 내 광장에서 인디밴드 등이 출연하는 게릴라 콘서트, 노래자랑 같은 공연을 열었다.
매일 오후 2∼4시에는 상인과 손님들이 신청한 음악과 사연을 시장 내 스피커를 통해 들려주는 ‘용현시장 뮤직박스’도 운영했다.
시장에 손님을 유치하려면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남구청에 설치돼 있던 주민스포츠센터를 13억 원을 들여 시장 중심부에 새로 지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4층 규모(면적 498m²)의 스포츠센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한 달 이용료 3만 원을 내면 1만 원짜리 용현시장 상품권을 준다. 주민들이 저렴하게 스포츠센터를 이용하고, 시장에서 쇼핑도 즐기라는 취지다. 현재 이 스포츠센터는 주민 380여 명이 매일 이용하고 있다. 남구의 지원을 받아 골목 곳곳의 천장에는 뉴스 등을 방영하는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하고, 주차장이 2곳밖에 없어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라 주차장 용지 2곳을 새로 확보했다. 2012년부터는 시장경영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상인들에게 친절, 위생과 함께 마케팅 성공 사례 등을 교육하는 상인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또 2012년 문을 연 대형마트와 인천시에서 12억 원을 지원받아 시장 건물 옥상에 설치하기로 한 태양광발전시설은 31일까지 완공한다. 이 시설을 가동해 생산하는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해 생기는 연간 1억 원에 이르는 수익금을 문화강좌나 경품행사 등 마케팅 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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