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은 대표적인 대나무 고장이다. 이곳에서는 다음 달 17일부터 45일간 ‘세계대나무박람회’가 열린다. 대나무를 관광 상품화하려는 것이다.
담양을 비롯해 이번 여름휴가 동안 둘러본 여수와 순천 등 전남의 여러 자치단체들은 자연환경을 활용해 관광 상품을 개발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담양이 대나무라면 순천은 정원(庭園)이다. ‘도시가 아닙니다. 정원입니다’라는 구호가 헛말이 아니었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 인근 111만 m²에 세계 각국의 정원을 만들어 2013년 ‘순천만 정원박람회’를 개최했다. 박람회가 열린 2013년에 443만 명, 지난해 35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박람회장을 찾을 정도로 명소가 됐다.
2012년 5월부터 4개월간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여수는 박람회를 통해 알려진 명성을 관광 상품으로 연계해 성공한 케이스. 돌산공원과 자산공원 간 1.5km 구간에 지난해 12월 국내 첫 해상케이블카를 개통했다. 캐빈 50대 가운데 10대는 투명 케이블카로 발밑으로 바다를 볼 수 있다. 케이블카 관광객 가운데는 40대 미만의 젊은층이 특히 많았다. 젊은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여행 후기를 급속하게 전파하는 게 특징이다.
외지 관광객들은 스마트폰으로 ‘○○맛집’ ‘△△명소’를 검색하는 경우가 많기에 SNS의 관광 후기는 ‘관광 확장성’에 크게 기여한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성공하는 이유다.
울산은 어떨까. 한국 옹기(甕器)의 주산지인 울산에서도 지역 특성을 살려 2010년 10월에 25일간 세계옹기문화엑스포를 열었다. 약 200억 원을 들여 80여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은 옹기라는 말이 울산에서조차 생소할 정도로 엑스포를 기억하는 시민이 많지 않다. 당시 5억여 원을 들여 수입했던 세계 각국의 옹기 770여 점은 행방조차 묘연하다.
‘포경(捕鯨·고래잡이) 산업의 전진기지’였던 장생포가 있는 울산은 대표적인 고래도시다. 1995년부터 매년 태화강 둔치와 장생포에서 고래축제도 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축제 장소를 장생포로 축소시켰다. 낭비성 축제나 박람회는 당연히 없애야 하지만 도시를 홍보하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면 적극 발굴해 추진해야 한다.
울산 서쪽으로는 해발 1000m 이상의 산 7개가 모여 있고 유럽 알프스와 경치를 견줄 만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영남알프스’가 있다. 울산시도 이를 산악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핵심이 될 앵커 시설인 신불산 케이블카는 첫 계획이 발표된 지 2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잘 차려진 밥상(영남알프스, 고래)조차 챙겨 먹지 못하는 울산”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대나무와 갯벌, 바다 등 자연환경을 관광 상품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담양과 순천, 여수, 그리고 어느 들판에서나 볼 수 있는 나비를 전국 최고의 축제로 승화시킨 전남 함평군의 사례를 울산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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