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준양, 만남때마다 인척 유씨 대동… 잘 봐달라고 부탁해 고문으로 채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3시 00분


코스틸 회장 “4억 고문료 지급” 진술… 檢, 동양종건 前회장 사전영장 방침

“미래에셋 성진지오텍 산업은행 대박, 포스코 쪽박.”

포스코의 대표적 인수합병(M&A) 실패 사례로 꼽히는 2010년 3월 성진지오텍 지분 인수가 결정된 뒤 거래를 주관한 산업은행 실무진이 남긴 메모 내용이다. 성진지오텍 인수 건을 비롯해 거래 상대방 전부에 거액의 이익을 주면서 정작 포스코는 손해를 보는 계약이 이뤄진 배경은 무엇일까. 한때 국민기업으로 불리던 포스코에서 이뤄진 방만함과 전횡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거래로 포스코의 현금이 마르고 부채 비율이 치솟는 사이 포스코 핵심 실세 주변 사람들은 이권을 챙겨 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의 인척 유모 씨가 포스코 거래사인 코스틸의 고문으로 채용돼 총 4억 원이 넘는 고문료를 받은 부분은 포스코의 영향력이 사적으로 이용된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재천 코스틸 회장(구속 기소)에게서 “정 전 회장이 나를 만나러 올 때마다 유 씨를 대동하고 나와 ‘유 씨를 잘 봐 달라’고 말해 유 씨를 고문으로 채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유 씨를 매개로 정 전 회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만났고, 철선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슬래브(평평한 판재 모양의 철강 반제품)도 사실상 독점 공급받는 혜택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유 씨와 정 전 회장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박 회장, 유 씨, 정 전 회장의 3자 모임에 유 씨의 인척인 전 경찰청장 A 씨도 여러 차례 동석했다”는 진술도 받았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재임 당시 A 씨에게 업무상 도움을 받아 유 씨를 각별히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D조경과 K조경에 포스코 조경 일감이 대거 몰린 것도 업체의 능력보다 이모 대표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친분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임직원들은 “정 전 부회장과 깊은 친분을 가진 이 씨에게 일감을 몰아줬고, 임직원들은 그 대신 뒷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조상준)는 12일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을 3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고,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지시로 동양종건에 인도 제철소 토목공사 일감 등 대규모 해외 공사를 몰아줬다”는 포스코 관계자 진술도 확보했다.

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 기자
#정준양#코스틸#고문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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