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사진 공유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제공하는 ‘인스타그램’엔 여러 가지 별명이 있습니다. 올리는 사진의 주제에 따라 ‘○스타그램’이라고 하는 해시태그(#)가 따라붙습니다. 강아지 사진엔 ‘멍스타그램’, 고양이 사진엔 ‘냥스타그램’, 커플끼리 데이트한 사진엔 ‘럽스타그램’, 맛집 사진엔 ‘먹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습니다.
‘군스타그램’이란 말도 생겨났습니다. 군대를 가리키는 ‘군’에다 ‘인스타그램’을 붙여 만든 합성어입니다.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군스타그램’을 검색하면 수천 장의 사진이 쏟아져 나옵니다. 사진은 주로 훈련받으며 전우들과 찍은 장면, 곱게 화장한 여군의 모습, ‘짬밥’이라 불리는 군대 급식을 찍은 것 등입니다.
최근 ‘군스타그램’에 비판적인 시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사태를 바라보며 경계태세에 있어야 할 군인들이 군대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근무 장면을 찍어 SNS에 올리는 태도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여군들이 서클렌즈를 착용하고, 진하게 화장을 한 채 올리는 셀프카메라에 대한 따가운 눈총도 있습니다. 민간인이 기대하는 군인의 모습은 뜨거운 태양 아래 훈련받으며 그을린 건강한 외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군인에게도 SNS를 사용할 자유가 있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군스타그램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누리꾼들도 있습니다. 전시 상황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내부정보를 촬영해 올린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병사들을 관리하는 국방부의 판단은 어떨까요? 2, 3년 전부터 ‘SNS상 군 기강해이’는 골칫덩이가 됐습니다. 2012년 7월 한 병장은 휴가가 끝나고 복귀하면서 휴대전화를 무단 반입한 뒤 군대 내 시설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국방부는 해당 병사에게 영창 처분을 내렸습니다. 한 상병은 전투지휘 검열기간 중 K-2 소총을 후임병에게 겨누는 설정 사진을 촬영한 뒤 온라인에 게재해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국방부는 SNS 사용 매뉴얼을 만들어 홍보했습니다. 우선 SNS의 첫 화면에 나오는 프로필 기준부터 제시했습니다. 프로필을 입력할 때는 “안녕하세요. 육군 중령 홍길동입니다” 정도로 소속 군, 계급만 입력하는 것을 권합니다. 그 외에 개인 임무와 소속 부대를 상세히 기재하면 군 정보 유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촬영 금지 대상도 명확히 밝혔습니다. 금지 대상에는 군사보호구역, 군사보호장비, 경계상태를 노출시키는 장면, 부대의 전력을 유추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시설 또는 장비 등이 해당됩니다.
‘군스타그램’ 논란을 보면서 항일 의병대로 활동했던 생존 독립운동가 오희옥 여사(89)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오 여사는 12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여성독립운동가 특별기획전에 참석해 의병활동 당시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전했습니다. 광복이 됐을 때 그녀는 ‘이제 다 끝났다’라는 마음보다는 ‘원수의 목을 치기 위해 훈련받았는데 이렇게 끝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합니다. 그에게 일생 가장 속상했던 순간은 ‘독립군끼리 주고받는 서신을 전달하는 통로가 막혔을 때’라고 합니다. 그만큼 나라를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찬 여성 의병대였습니다.
아직도 한국은 간헐적인 공격이 이어지는 ‘휴전’ 상태인 분단국가입니다. 사람들은 과거 항일 의병대가 그러했듯 현재도 나라를 지켜줄 강한 군인정신을 갖춘 군인을 기대합니다. 훈련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집중해 훈련받고 보안에 철저한 군인을 기대하기 때문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겁니다.
오 여사에겐 젊은 시절을 추억할 예쁜 사진이 없습니다. 남아 있는 것이라곤 화장기 없이 낡은 옷을 입은 채 만주와 중국을 오가며 훈련받았던 사진들뿐입니다. 그래도 그는 젊음을 바쳐 나라를 구했던 의병대 활동을 최고의 명예라고 말합니다. 오 여사의 회고처럼 긴 시간이 지난 후 퇴역 군인들에게 남는 것은 멋진 사진 한 장이 아니라 나라에 젊음을 바쳤다는 명예심 그 자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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