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27>커피를 마시는 두 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5일 03시 00분


커피녀가 아침 일찍 아이의 학교에 다녀왔다. 말썽 뒷수습 때문이었다. 수다를 떨며 기분을 바꾸고 싶어 또래들한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를 시도해 본다. 그러나 다들 바쁜지 답이 없다.

빵녀에게 커피 한잔 하자고 문자를 보낸다. 친한 사이는 아니다. 그래도 혼자 집구석에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며칠 전 빵녀한테 빙수를 얻어먹었으니 보답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빵녀가 거절해 주기를 바란다. 커피녀는 커피만 마시고 싶은데 빵녀는 분명 비싼 디저트 카페에 가자고 할 것이다.

빵녀는 커피녀에게 반가운 듯 대꾸하면서도 내키지는 않는다. 빨래도 해야 하고 장도 보러 가야 한다. 그래도 커피녀에게 고민이 있는 것 같아 나가 보기로 한다.

두 사람은 디저트 카페에서 만난다. 빵녀는 조각 케이크를 커피와 함께 주문한다. 커피녀가 우물쭈물하자 빵녀가 신용카드로 계산을 한다.

둘은 마주 앉아 빵을 먹으며 커피를 마신다. “그런데 이 집은 쓸데없이 비싼 것 같지 않아요?” 커피녀의 샐쭉한 말에 빵녀는 기분이 상한다. 빵은 왜 주문했냐고 슬며시 탓하는 것 같아서다.

커피녀는 혼란스럽다.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나, 빵녀와 있는 게 편하지는 않다. 케이크의 단맛에 기분은 풀리면서도 속이 쓰리다. 빵녀가 돈을 낸 게 고소하지만, 서슴없이 계산하는 모습에는 배가 아프다. 아이가 말썽 부린 일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으면서도 빵녀한테 괜히 얕보일까 봐 눈치만 본다.

커피녀의 휴대전화가 부르르 떤다. 답이 없던 동네 친구가 뒤늦게 SNS로 대화를 걸어온 거다. 빵녀가 용건을 물을 듯한 분위기였는데 다행이다. 손가락을 놀려 대화를 주고받는다. 다른 친구한테서도 문자가 오는 바람에 바빠진다.

빵녀는 부산스러운 커피녀를 보며 짜증이 난다. 전에 빙수 먹을 때도 그랬다. 휴대전화 놀이를 하려면 집에서 혼자 할 것이지 바쁜 사람은 왜 불러 앉혀 놓고 저러는 것인지. 가만 기다리다가 깨닫는다. ‘온갖 곳에 문자를 보내놓고 하나 걸리면 이렇게 앉혀 놓는 건가? 이게 뭐야? 당번도 아니고….’

잠시 후 두 여자는 각각 다른 생각을 품은 채 카페를 나선다. 그러면서 같은 분위기로 작별인사를 한다. “오늘 즐거웠어요.”

그녀들 모두 남편에게 ‘그 여자 재수 없다’며 뒷담화를 늘어놓는다. 놀라운 사실은, 그 후에도 반가운 표정으로 다시 만난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대개 목적을 갖고 만나 목적에 충실한 반면 여자들은 그런 게 없어도 상관없다. 하나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열 가지를 한다. 내 돈 아껴도 기분 나쁘고, 꼴 보기 싫어도 궁금하다. 그들 마음속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복잡하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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