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학을 A∼E등급의 다섯 단계로 평가해 정원을 줄이기 위한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가운데 이번 주 각 대학에 가평가 결과가 개별 통보될 예정이다. 정원 감축을 강제할 근거 법령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부는 가평가 결과를 토대로 이달 말 확정평가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라서 대학가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2023년까지 대학 정원을 16만 명 줄인다는 목표로 2월부터 전국 163개 4년제 대학을 평가했다. 여기서 하위권으로 분류된 30여 개 대학에 대해서는 6월부터 2단계 평가를 벌여 D, E등급으로 분류하거나, 일부 대학은 C등급으로 상향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교육부는 당초 이 가평가 결과를 13일 대학들에 통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들이 대거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막바지 심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통보도 늦어지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D등급 이하로 분류되면 내년부터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D등급 대학은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받을 수 없고, E등급 대학은 국가장학금 1, 2유형 지원이 모두 막히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까지 제한된다. 9월부터 시작되는 201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생들이 지원을 기피해 신입생 모집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이 평가를 실시한 최대 목적은 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것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대학구조개혁법은 계속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확정 결과가 발표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교육부가 대학들의 정원 감축을 강제할 근거와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교육부가 관련 법도 못 만들면서 대학들에 주홍글씨를 새기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2단계 평가가 정량지표가 아닌 정성평가 위주로 진행됨에 따라 대학들 사이에서는 아예 평가에 불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단계 평가 대상에 포함된 A대학 관계자는 “지난 정부가 근거를 먼저 만든 뒤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를 실시한 것과 달리 이번 평가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뤄졌다”면서 “평가결과가 공개되면 당장 수시모집 지원이 급감할 텐데 대학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고 반발했다. B대학 관계자는 “구조개혁평가 결과를 가지고 재정지원 제한에 연계하는 것이 행정 절차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교육부는 상반기에 법이 통과되면 대학들이 평가 결과에 따라 9월부터 정원 감축 계획을 세우게 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정원 감축 일정도 기약이 없어졌다. 교육부는 궁여지책으로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발의했던 기존의 구조개혁법안을 일부 고쳐서 9월 중에 수정법안을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법안도 여야 간 이견으로 통과가 안 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까지 추가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더 낮다는 것이 국회와 대학가의 반응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