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勞使가 윈윈하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노동硏에 의뢰 일자리 보고서 작성
獨 폴크스바겐 유한회사 벤치마킹… ‘중간임금’ 도입 임금격차 해소
자동차밸리 조성사업에 적용될듯

독일 니더작센 주 볼프스부르크 시는 인구 12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다. 이곳에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자동차회사인 폴크스바겐 본사 공장이 있다. 시민 5만 명이 폴크스바겐과 협력회사에서 일을 한다. 독일은 1990년 당시 서독과 동독이 통일된 이후 높은 실업률, 낮은 경제성장, 높은 복지비용에 시달렸다. 폴크스바겐도 원가 상승 등으로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공장 해외이전을 모색했다. 1998년 페터 하르츠 폴크스바겐 노무이사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을 테니 노조는 무엇을 할 것이냐”는 화두를 던졌다. 이후 유한회사 ‘아우토(Auto)5000’이 설립됐다. 실업자 5000명을 채용하고 연봉을 5000마르크(약 3500만∼4000만 원)를 받는 조건이었다.

직원들은 폴크스바겐 본사 직원보다 임금이 20% 정도 적었지만 고용은 안정됐다. 아우토5000은 미니밴인 투란, 도시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을 생산해 좋은 성과를 냈고 2009년 본사와 합쳐졌다.

노동개혁이라고 일컫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것이다.

광주시가 아우토5000을 모델로 하는 ‘광주형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광주시가 의뢰한 광주형 일자리 창출에 관한 용역 보고서에서 아우토5000을 모범 사례로 제시하고 왜곡된 노동시장 임금 격차 사례로 국내 자동차산업을 꼽았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현대·기아자동차 등으로 대변되는 완성차업체와 하청(협력)업체 직원 간의 임금 격차가 크다.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직 직원 8000여 명의 평균 연봉은 8000만 원이지만 광주지역 하청업체 직원 1만여 명의 연봉은 4000만 원 정도다. 기아차 광주공장과 연관이 없는 광주 하남산단 중소기업 근로자 연봉은 3000만 원 미만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런 임금 격차가 사회 통합을 해치고 신규 투자를 막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사 간 소통 부재가 경직된 고임금 구조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산업이 성장을 멈출 경우 취약한 노사관계가 무너져 경영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노동연구원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완성차와 협력업체 직원 간 임금 격차를 줄인 ‘중간임금’을 제안했다.

중간임금을 지급하되 노사협의회 강화, 노동이사 도입, 노동시간 단축, 고용 안정, 이윤의 공평한 분배 등 책임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완성차업체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면 일자리와 국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시는 올해 말까지 광주형 일자리 창출 계획을 만들어 추진하기로 했다. 새로운 모델은 자동차밸리 조성사업에 먼저 적용된다. 자동차밸리 조성사업은 연간 62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는 기아차 광주공장이 친환경 자동차단지를 조성해 친환경차 38만 대를 추가로 생산하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창출에 기업가, 근로자, 시민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토론과 설득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 창출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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