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시경 부산 금정구 부산대 본관 건물 4층에서 국어국문학과 교수 고모 씨(54)가 갑자기 1층으로 뛰어내렸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한 목격자는 “(고 씨가) 투신 직전 ‘총장은 약속을 이행하라’며 크게 외쳤다”고 전했다. 건물 4층에서는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고 씨는 유서에서 ‘총장이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총장 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간선제 수순에 들어갔다. 참담한 심정이다’ 등의 내용을 남겼다.
고 씨 투신 뒤 김기섭 총장은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10시경 대학본관 앞 교수회 농성장을 찾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 간선제로 추진하려던 총장 후보 선출 절차를 중단하고 대학본부와 교수회가 재논의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김 총장은 4일 학내 교수들에게 보낸 e메일 등에서 “차기 총장 후보자를 간선제로 선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부산대 교수회는 이틀 뒤 간선제 저지를 결의했고 일부 교수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간선제는 교원 32명과 학생, 직원, 외부인사 18명 등 총 50명의 추천위원회가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총장 선거를 둘러싼 부산대 내부 갈등은 2012년 시작됐다. 당시 부산대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직선제 폐지 쪽으로 학칙을 개정했다. 그러자 부산대 교수회는 학칙 개정 무효 소송까지 냈지만 올해 6월 대법원은 “총장 후보자 선정 방식은 해당 대학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져 있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