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18일 강경파의 실력 행사로 인해 노동시장 개혁 노사정(勞使政) 협상 복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자 지도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렸는데도 지도부가 결국 내부 강경파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등 지도부는 최근 금속노련, 화학노련 등 협상 반대파 지도부와 잇달아 접촉해 “정부와 노사정위가 충분한 명분을 세워줬다”며 협상 복귀를 설득했다. 그러나 반대파 지도부는 저(低)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핵심 쟁점 2개를 의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핵심 쟁점은 노사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고,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정부의 독단을 막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복귀 명분은 충분하다”면서도 “지도부가 강경파를 설득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지도부가 전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협상 복귀 여부를 미루면 미룰수록 노동계는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여당은 이미 9월 정기국회에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주당 68시간→52시간), 실업급여 확대안 등의 개정안을 상정해 올해 안에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또 현지 지침 발표를 보류하고 있는 일반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문제도 노사정 협상에서 진척이 없을 경우에는 발표를 강행할 예정이다. 시민석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노사정 논의 재개만을 기다리기에는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며 “정부는 노동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노총 지도부도 조속한 시일 안에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경제 주체가 힘을 모아도 모자랄 시기”라며 “한국노총은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날 정부와 노사정위, 경총은 한국노총의 의결 직후 노사정 4자 대표가 바로 만날 수 있도록 회동을 준비했다가 결국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반대파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충분히 알린 만큼 26일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는 실력 행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계의 단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도부의 리더십에 더이상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최근 “정부와 노사정위가 복귀 명분을 충분히 준 것 같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중집이 열려 표결에 들어간다면 지도부의 뜻에 따라 협상 복귀가 의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도부 역시 이 같은 여론에 힘이 실린 것을 확인한 뒤 협상 복귀를 사실상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반대파도 26일 중집 전까지만 최대한 반대 입장을 알린 뒤 협상 복귀 여부는 지도부에 위임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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