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변순자 씨(48·여)의 발은 ‘마을버스’다. 서울 구로구 일대에서 보험 영업을 하는 변 씨는 9, 10, 11번 마을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이동이 잦은 업무 특성상 변 씨는 마을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업무를 처리할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변 씨의 한 달 휴대전화 데이터 사용량은 5GB(기가바이트)를 넘기기 일쑤다. 매달 5만 원이 넘는 통신비는 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하지만 올 1월부터 변 씨의 통신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 구로구 전체 마을버스(15개 노선 84대)에 무료 와이파이(Wi-Fi)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마을버스에서 ‘GUROWIFI’에 접속만 하면 공짜로 무선 데이터를 쓸 수 있다. 변 씨는 “데이터 사용량을 꾸준히 줄여 이제는 기본 데이터 300MB(메가바이트)가 제공되는 2만 원대 요금제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 달 통신비를 2만 원 넘게 줄인 셈이다.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구로구에는 서민들이 많이 산다. 마을버스 와이파이는 빈부격차에 따른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실험적 사업이었다. 가장 먼저 출퇴근 시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마을버스가 ‘와이파이 민주주의’ 실험의 최적의 장소로 선정됐다. 이런 의도에 공감한 통신사(KT)가 통신장비 설치비(3000만 원)를 모두 부담해 비용도 절감했다.
효과도 좋다. 18일 구로구에 따르면 올 1월 576.5GB 정도였던 마을버스 와이파이의 데이터 사용량은 7월 기준으로 987.7GB까지 늘었다. 약 1.7배로 증가한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대중교통 기피 현상이 나타난 5, 6월을 제외하곤 꾸준히 사용량이 늘었다. 정정모 구로구 정보통신팀장은 “1MB가 20.48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통신비 절감 효과가 연간 2억4000만 원 정도다”라고 말했다.
성능도 양호하다. 취재진이 18일 오후 6시 반부터 30분간 구로 10번 마을버스를 타고 와이파이에 접속한 결과 ‘HD급 화질’의 프로야구 중계를 버퍼링(끊김 현상) 없이 볼 수 있었다. 정 팀장은 “아파트촌을 지나거나 무선접속장치(AP)가 갑자기 고장 나지 않는 한 기본적인 사무 업무와 이미지 전송, 동영상 감상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로구는 이달 25일부터 구로디지털단지(G밸리) 내 1단지(44만7922m²) 전역을 와이파이존으로 조성한다. 2018년까지는 관내 모든 버스정류장, 안양천 둔치, 문화·복지시설, 수목원, 공원 등 다중이용시설 전체로 와이파이존을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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