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가운데 미림여고와 우신고가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자사고(전국 단위의 하나고 포함)는 25곳에서 23곳으로 줄어든다. 올해 재지정 평가 탈락이라는 결과를 수용한 미림여고, 지난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에서 탈락한 것에 불복했던 우신고가 올해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한 것은 모두 이례적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던 서울지역 자사고 학교 수가 조정되는 분위기로 접어든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발했던 서울지역 자사고들이 연대에서 속속 이탈하는 모양새이다. 자사고 내부에서도 “운영난을 겪는 서울지역 자사고가 살아남으려면 학교 수 조정이 필요하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시교육청이 ‘자사고 폐지’를 지난해 이념적으로 밀어붙였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서는 연착륙 지원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자사고 측에서도 일반고 전환에 따른 부담감을 덜었다.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송월길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미림여고 학부모들이 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해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미림여고는 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받아들여 일반고로 전환한 첫 사례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원 미달 자사고 살아남기 힘들어
미림여고는 2015학년도 신입생 모집(일반전형)에서 280명 정원에 112명이 지원(경쟁률 0.40 대 1)해 정원에 크게 미달했다. 2014학년도는 180명 정원에 136명이 지원해 0.49 대 1을 기록했다. 우신고의 경우 2015학년도 입시에서 280명 정원에 117명이 지원(경쟁률 0.42 대 1)했다.
미림여고와 우신고는 지원자 감소에 따라 운영난을 겪어왔다. 이처럼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별다른 반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자사고 운영이 더는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원 미달 학교가 매년 신입생 모집 때마다 7, 8곳씩 나온다는 점이다. 자사고 폐지 논란을 겪은 지난해에도 외면적으로는 경쟁률이 상승(1.58 대 1에서 1.70 대 1)했지만 정원 미달 학교는 7개로 재작년 8개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일부 자사고들은 운영난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자사고의 저조한 경쟁률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데다 자사고들의 서열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고들도 학생에 대한 지원 수준이 높고 시설 투자를 많이 하는 자사고와 그렇지 않은 학교로 나눠지고 있다. 여기에 교통이 불편한 학교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일부 자사고에서는 “부족한 지원자를 만회할 방법이 없다”라는 인식마저 퍼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림여고와 우신고의 일반고 전환이 얼마나 순조롭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내후년까지 일반고로 추가 전환하는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사고 감소 불가피”
자사고들의 잇따른 일반고 전환을 두고 한 자사고 교장은 “공급과 수요에 맞춰 학교 수가 조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지원자 수에 비춰 볼 때 앞으로도 자사고 7, 8곳은 일반고로 전환해야 나머지 자사고도 발전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자사고 내부에서 먼저 학교 수 조정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이는 지난해 조 교육감의 자사고 정책에 반발하며 연대를 맺은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오히려 자사고 측에서는 지난해 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노골화되면서 강한 연대를 맺을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자발적으로 조정 가능한 시기를 놓쳤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실제로 우신고는 지난해 재지정 평가에서 미달 점수를 받고 자사고 운영 포기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압적인 시교육청 평가 분위기에 반발 기류가 확산되자 학교 측이 지속 운영 쪽으로 선회했다. 조 교육감의 강경 행보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그러나 올해부터는 시교육청이 일반고 전환에 따른 지원을 강조하면서 다소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영 포기를 고민하는 자사고 입장에서는 전학생 등에 따른 운영 부담이 현실적인 고민인데, 일반고 전환 시 2억 원 지원을 약속하면서 자사고도 일반고 전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자사고 교장도 “일반고 전환에 대한 지원금이 늘어날 경우 6곳 정도는 더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전환 지원 약속도 조 교육감 당선무효 변수에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한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 확대든, 축소든 현장에는 일관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한데 서울 교육은 지나치게 변수가 많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혼란이 너무 크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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