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김모 씨(57·남)는 올해 초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났다. 김 씨는 “흔히 공무원연금 개편안 때문에 명퇴를 신청하는 교사가 많다는데 그보다는 교직에 남아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잠을 자는 학생을 지적하면 오히려 깨우지 말라고 반발하고 수업 중에 큰 소리로 서로 욕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힘이 빠졌다는 것.
이처럼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무기력한 학생들을 다루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반면 학교 폭력 등이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은 늘어가는 실정이다. 비교적 젊은 교사들 또한 생활지도 부담과 함께 행정업무가 몰리는 것과 관련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등 무기력증은 교직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열의를 잃는 교사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교사 무급휴직제나 대체근무 교사 인력풀 구성 등을 논의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무급휴직제는 말 그대로 교사가 급여를 받지 않는 1년 정도의 휴직 기간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자는 것. 현행 법령상으로는 육아와 병가 외에는 일선 교사들의 휴직이 불가능해 무급휴직제는 교육공무원법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현재 10년 이상 교단에서 근무한 교사가 1년 이내의 범위에서 휴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교사들은 대체로 휴식을 통해 재충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무급휴직제가 시도교육청 교육재정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10년 이상 근무한 교사가 신청할 수 있는 무급휴직제가 도입되면 40, 50대 교사층에서 신청이 몰릴 것으로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월급을 받는 이들 교사가 비교적 젊은 기간제 교사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무급휴직제를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무급휴직제 도입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경제력이 있는 일부 교사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무급휴직 교사가 늘어나면 그 빈틈을 기간제 교사로 채워야 하는 만큼 교직사회의 고용 불안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쉴 경우 대체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무급휴직제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비수도권의 경우 교사 휴직에 따른 대체 인력이 부족한데 특히 초등학교 교사는 대체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무급휴직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각 시도교육청이 치밀하게 신청자 및 대체 인력 계산을 한 뒤 이에 따라 신청 요건 등을 정밀하게 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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