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2가 다리와 한남대교를 건너 경부고속도로로 향하는 길에 수년째 똑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는 걸 본다. 그 현수막에는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는 간절한 글귀와 함께 실종 당시 소녀의 얼굴이 들어 있다. 눈비에 젖고 탈색되어 희미해지면 새것으로 바꾸어 걸어놓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부모 품에 돌아오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자식 잃은 부모가 얼마나 애를 태우고 있을지 참으로 안타깝다.
올 여름방학에 전북 무주에 사는 지인은 용기를 내어 초등학생 쌍둥이 아들에게 미션을 주었다가 혼쭐이 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미션의 내용은 ‘괴목리 집에서 완행버스 타고 무주를 거쳐 대전복합터미널에서 내려 유성으로 간 다음에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으로 수박 한 통 사갖고 가기’였다고 한다.
두 아이는 엄마의 지시대로 동대전에서 내려 공주행 버스를 탔는데 유성에서 내리지 못하고 공주까지 가는 바람에 법석이 났다. 다행히 공주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유성으로 돌아오는 우여곡절 끝에 할머니 댁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과정에서 엄마의 애를 태웠던 것. 그런데 그 과정에는 상반된 두 명의 버스 운전기사가 있었다.
아이들은 동대전에서 버스를 타면서 운전기사에게 “유성에서 내려주세요”라고 부탁을 해놓고 음악을 들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운전기사가 유성이라고 가르쳐주긴 했겠지만 음악을 듣느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고 버스는 아이들을 태우고 유성을 지나 공주까지 달려갔다. 만약 그때 마침 엄마가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공주를 지나 서천까지 갈 뻔했다는 것이다.
공주에서 내려 다시 대전행 버스를 탄 아이들이 이번에도 운전기사에게 유성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하자 그 운전기사는 “너희들 유성 어디에 가니”라고 묻더라고 했다.
“반석동 할머니 댁에 가요.”
“그래? 그러면 현충원 앞에서 내리면 바로 지하철이 있으니 그곳에 내려주마.” 이렇게 친절한 운전기사 덕분에 아이들은 할머니 댁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
두 운전기사는 같은 일을 하면서 어쩌면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해마다 미아 발생이 4000건, 실종자가 2만 명에 이른다는데 어른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는다면 그 수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날마다 퇴근길에 보게 되는 안타까운 실종자 현수막이 ‘딸을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로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내 마음도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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