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항 통해 시계 수입… 시대의 변화 이끌었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1일 03시 00분


인천시립박물관 10월까지 특별전… 시계 관련 유물 등 200여점 전시
도시의 변화 모습 한눈에 볼수있어

11일 인천시립박물관 2층 특별전시실을 찾은 어린이들이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당시 서구의 탁상용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별전은 10월까지 계속되며 입장료는 없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11일 인천시립박물관 2층 특별전시실을 찾은 어린이들이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당시 서구의 탁상용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별전은 10월까지 계속되며 입장료는 없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1883년 외세에 의해 인천항이 강제로 문을 열면서 서구 문물이 인천을 통해 국내에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천의 향토사학자들은 인천항을 통해 시계가 수입돼 국민에게 보급되면서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이런 역사적 사실에 착안해 11일부터 ‘인천, 근대의 시간을 달리다’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열어 관심을 끌고 있다.

10월 11일까지 두 달 동안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에는 국사편찬위원회와 근대박물관, 송암미술관, 덕포진교육박물관 등의 협조를 받아 확보한 시계와 관련된 유물과 문서, 기록물 등 200여 점이 전시된다.

박물관 2층에 들어선 전시 공간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 ‘시간의 근대화’에서는 근대적 개념의 시간이 도입되기 이전에 조상들이 첫닭이 울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해가 저물면 집으로 돌아와 하루 일과를 마감하던 생활 풍습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만든 해시계와 농사 달력, 서양에서 양복의 포켓 등 품속에 넣고 다녔던 회중시계(懷中時計)를 관람할 수 있다.

2부 ‘근대의 시간, 그리고 인천’에서는 1906년 국내 최초로 중구 응봉산에 설치된 오포(午砲)가 전시된다. 매일 정오에 정상에서 포를 쏴 당시 인천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주민에게 하루의 중심을 알렸다. 이 소리에 맞춰 점심시간과 근무 교대 등이 이뤄졌다는 것이 향토사학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오포의 발포 시간이 불규칙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내 중심부에 설치된 사이렌으로 정오를 알리다가 시계가 보급되면서 이 사이렌은 사라지게 된다. 정확한 시간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고, 관공서와 기차역에 대형 시계가 설치되면서 한 도시가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교육과 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근대화하는 변화상을 볼 수 있다.

1899년 개통된 국내 첫 철도인 경인철도(인천 제물포∼서울 노량진) 기차와 인천항을 드나드는 선박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출발하는 등 정확한 시간 관념이 일상에 파고든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당시 보급된 각종 시계와 인천항을 드나드는 선박의 출항 시간표,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기차 시간표, 시간표가 인쇄된 교과서가 이런 사실을 보여 준다.

3부 ‘시간의 역습’은 시간의 개념이 정착되면서 변화하는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대형 시계 영상물과 함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린다. 일제강점기 ‘국민정신 총동원 조선 전매연맹’이 내건 일장기와 ‘시간존중(時間尊重)’이라고 표기된 선전지 등이 어두운 조명 아래 전시돼 있다. 일제의 식민 통치가 한국인의 시간도 지배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마지막 전시물은 공예 작가 현광훈 씨의 작품이다. 시계에서 나온 수십 개의 부품을 하얀 캔버스에 규칙적으로 배치했다. 정확한 시간을 나타내기 위해 수많은 부품이 맞물려 정밀하게 움직이는 시계의 내면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했다.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주로 자연 현상에 따르던 시간 개념이 개항을 통해 시계가 보급된 뒤에는 어떻게 변했고, 그 이후 도시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켰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32-440-6737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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