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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주제는 ‘國格’]<159>‘어린이 보호’ 철두철미
2013년 2월. 미국에 온 지 채 100일도 안 된 기자의 아내가 한인 업소 밀집 지역인 버지니아 주 애넌데일에서 차를 몰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마침 그 곁을 지나던 백인 경찰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다가왔다. 그는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려는가 싶더니 차 뒷좌석을 보는 순간 험악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당시 네 살이던 아들이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장면을 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어린이 동승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차를 모는 것은 신호나 주차 위반 정도가 아니라 형사 범죄로 취급된다. 잘못하면 수백 달러의 벌금을 물거나 재판에 넘겨진다는 것을 알게 된 아내는 벌금을 얼마나 물게 될지 걱정하며 며칠 동안 잠을 설쳤을 정도였다.
다행히 집으로 날아온 고지서에는 60달러(약 7만800원)가 부과돼 있었다. 외국인이고 범죄 경력이 없기 때문에 한 번만 봐준다는 취지였지만 또다시 같은 실수를 할 경우 벌금이 200달러라는 경고가 붙어 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아내뿐만이 아니었다. 엄마가 경찰에게 혼나는 것을 본 아들은 그 후 차를 타면 제일 먼저 안전띠부터 맨다.
미국에선 집이나 차에 어린이를 방치하는 것을 범죄로 여긴다. 각 주마다 다르지만 8∼18세 어린이·청소년을 방치했다가 적발되는 경우 자녀들은 보호시설로 옮겨지고 부모는 경고장이나 의무교육을 받는다. 재범일 경우엔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해진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2000달러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지난달 30일 미국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 보안당국은 코스트코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미니 밴에 아이를 혼자 방치한 혐의로 한인 여성 A 씨를 체포했다. 섭씨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큰딸은 카트에 태워 건물로 들어가고 작은딸은 차에 둔 것을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차량 유리창을 깬 뒤 땀에 흠뻑 젖어 울고 있는 아이를 꺼냈다. 쇼핑을 마치고 나온 A 씨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어린이 안전띠 미착용 벌금이 3만 원이라고 알고 있다. 그나마 단속도 거의 없지 않은가”라며 “어린이는 단지 어른들이 보호해야 할 ‘어린 사람들’이 아니다. 다음 세대를 끌고 갈 주인공들이다. 이들에 대한 존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높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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