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별관 78년만에 철거 이어 일제잔재 지우기
파괴된 동상-판석 모아 만든 표석, 남산 조선통감부관저터에 22일 설치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시가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 지우기에 나섰다.
서울시는 22일 남산 북쪽 기슭에 있는 조선통감부관저 터에 ‘거꾸로 세운 동상’으로 이름붙인 표석(標石·사진)을 설치한다고 20일 밝혔다.
이 표석은 일본 공사였던 하야시 곤스케(林權助)의 동상에 사용됐던 판석(바닥이 평평한 돌) 조각 3점으로 만들었다. 일본 외교관이었던 하야시는 1904년 한일의정서와 한일협약,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앞장서며 남작 작위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광복 후 하야시의 동상은 시민들에 의해 파괴됐고 관저도 철거됐다. 하지만 철거 기록이 없어 관저의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하다가 2006년 ‘남작하야시곤스케군상’이라고 쓰인 동상 좌대 판석이 발견되면서 관저 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그동안 방치됐던 동상 잔해를 모아 이번에 표석을 만들었다. 표석에는 동상에 쓰였던 ‘남작하야시곤스케군상’ 글자가 거꾸로 표기됐다. 표석에 ‘거꾸로 세운 동상’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국가적인 치욕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다. 표석 아랫부분에는 검정 돌인 오석을 배치했다. 설치 당일 현장에서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의 ‘거꾸로 선 역사’ 거리 강연도 열린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로 지어진 국세청 남대문 별관의 흔적이 20일 시민에게 공개됐다. 일부 기둥을 제외하고 모두 철거되면서 78년간 건물에 가려져 있던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모습을 세종대로변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서울 중구 국세청 남대문 별관 터는 78년 만에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서울시는 20일 막바지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을 일반에 공개했다. 현재는 기둥 23개와 벽면 일부가 남아 있다. 덕수궁과 서울시의회 사이에 있는 국세청 별관은 1937년 일제가 덕수궁의 정기를 끊기 위해 대한제국 황태자인 영친왕 생모의 거처를 허물고 지었다. 당시에는 조선총독부 체신국으로 사용됐다. 서울시는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4월부터 국세청 별관 철거를 진행했다. 덕분에 그동안 국세청 별관에 가려져 있던 서울시의회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게 됐다.
서울시는 이 자리에 시민광장을 조성할 예정이다. 기념공간과 시민들의 휴식시설을 만들고 서대문형무소, 남산 등과 연계해 인권 투어 코스로 꾸민다. 올해 12월 10일 ‘인권의 날’에 맞춰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지하는 덕수궁 지하보도와 연결되는 시민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현재 설계를 공모하고 있다. 남원준 서울시 복지본부장은 “과거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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