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병원으로 이송이 필요한 환자에게 이송 권유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의사에게 환자 상태를 악화시킨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이모 씨와 가족 등 4명이 산부인과 의사 김모 씨와 간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이 씨는 2008년 9월 김 씨가 운영하는 S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출산한 뒤 수술 부위 통증으로 2차례 실신했다. 김 씨는 이 씨의 자궁 내 출혈을 확인해 추가 수술을 했지만 출혈 지점을 찾는데 실패하고 정밀검사를 위해 종합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다. 이 씨와 가족들은 날이 밝으면 옮기겠다며 즉각 이송을 거부했으나 출혈이 계속돼 이튿날 새벽 대학병원으로 옮겨 응급수술을 받았다. 결국 자궁을 적출하고 패혈증과 급성신부전 등 상해를 입게 된 이 씨는 2009년 8월 김 씨 등을 상대로 3억71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2심은 “김 씨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병원을 옮긴 시기가 달라졌다 해도 자궁절제 등은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설명의무 위반과 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씨가 수차례 통증을 호소하고 실신하는 등 악화증세를 보였는데도 종합병원에 옮길 필요성을 신속하게 알리지 않은 잘못이 있다”면서 “이 씨가 더 빨리 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면 상해를 입지 않았거나 치료 후 경과가 더 좋았을 수 있다”며 의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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