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공사-시설관리공단 등 공기업 임원 10명중 7명 공무원 출신
정년 1∼2년 앞두고 명예퇴직 신청… 고액 연봉 받으며 2∼3년씩 근무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방지법(개정 공직자윤리법)’까지 만들어졌지만 산하 기관을 주무르는 관료 출신들의 낙하산 인사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의회 김동섭 의원(새정치민주연합·유성2)은 시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시공사와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마케팅공사 등 시 산하 공기업의 임원 10명 중 7명이 시 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정년을 1∼2년 앞두고 명예퇴직한 뒤 공무원 때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2∼3년씩 근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료에 따르면 도시공사는 백모 경영이사와 양모 사업이사가 각각 시 보건복지국장과 도시주택국장 출신이고 마케팅공사 신모 상임이사는 시 경제정책과장을 지냈다. 도시철도공사 황모 경영이사와 김모 기술이사는 각각 시의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보관 출신이다. 이미 내정돼 인사청문간담회를 앞둔 차모 전 교통국장이 사장에 임명되면 도시철도공사는 지휘부를 퇴직 공무원이 완전 장악하는 셈이 된다. 시설관리공단 환경이사와 경영이사는 시 도시디자인과장과 상수도본부 경영부장을 지낸 전직 공무원이다.
이들 공기업의 간부진도 예외가 아니다. 마케팅공사 오모 경영기획실장은 시 자치행정과장을 지냈다. 시설관리공단 김모 경영전략처장 등 주요 보직은 시 공무원 출신 6명이 차지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경영지원처장과 영업처장, 시설환경처장, 운영처장 등 주요 간부 자리 5곳도 공무원 출신이 맡았다.
이 밖에 대전테크노파크와 경제통상진흥원 등 시 출연기관 9곳의 주요 간부 30%가량(36명 중 11명)도 시 공무원 출신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미리 공기업으로 옮기기로 내정됐다가 공로연수(퇴직 1년∼6개월 전에 실시하는 공무원 연수제도)를 불과 며칠 앞두고 명예퇴직을 신청해 인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김 의원은 “낙하산 공무원들 가운데에는 주민을 위한 행정 성과나 공직 전문성을 인정받은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의 눈에 든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게 공직 사회의 평가”라며 “이런 인사는 성실하게 일하는 다수의 시 공무원과 해당 공기업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자체 산하의 공기업이나 출연기관의 임직원을 선발할 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외부의 평가나 견제가 작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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