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만들기 체험 부산국제광고제에 참석한 심사위원들이 19일 부산 영도구 삼진어묵 본사 2층의 어묵체험관에서 어묵을 만들고 있다. 삼진어묵 제공
“소문처럼 쫀득쫀득 정말 맛있네요.”
19일 부산 영도구 봉래동 삼진어묵 본사 1층 매장에서 만난 유호철 씨(45)는 “서울에서 출장을 왔다가 돌아가는 길인데 중학생 딸이 꼭 사오라고 해 들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2층 체험관에서는 위생모에 앞치마를 두른 50여 명이 피자어묵을 만들고 있었다. 광주에서 온 주부 남은경 씨(34)는 “즐겁고 유익한 체험이었다”고 했다.
삼진어묵은 국내에 현존하는 어묵 업체 중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1953년 영도구 봉래시장의 작은 판잣집에서 출발했다.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이라 값싸고 맛있다는 이유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어묵 업계가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경쟁 업체가 늘어나고 비위생적 식품이란 인식이 퍼지면서부터였다.
1995년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제도가 도입되자 상황이 나아졌다. 비위생적으로 어묵을 만들어 팔던 영세업자들은 문을 닫았다. 고품질의 생선, 생선살이 풍부한 연육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킨 삼진어묵은 일어나기 시작했다. 2011년 20억 원, 2012년 40억 원, 2013년 8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삼진어묵 박종수 대표(61)는 “창업주인 선친께서 평소 강조한 ‘남는 게 없더라도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는 신념을 지켜온 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10억 원. 전년보다 3배나 뛰었다. 사업이 ‘대박’을 터뜨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삼진어묵은 2013년 12월 국내 처음으로 어묵베이커리 사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어묵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어묵 매장을 만들었다. 새우 고구마 치즈 등 여러 재료로 만든 어묵고로케가 인기를 얻으며 성장을 이끌었다. 매장에는 단호박 고구마 연근 등으로 만든 60여 가지 어묵이 준비돼 있다. 어묵베이커리 사업 당시 45명이던 직원은 매장이 전국 8개로 늘면서 현재 400명을 넘어섰다.
변화를 주도한 건 박 대표의 아들 용준 씨(32). 삼진어묵의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10년 미국에서 귀국했다. 미국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근무 중이었지만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자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돌아왔다. 그는 “어릴 때는 비릿한 냄새가 나는 어묵공장을 가는 게 너무 싫었지만 ‘100년 명품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각오로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사회공헌사업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도구 행복장학회에 2000만 원, 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어묵 1000만 원어치를 기부했다. 어린이재단 초록우산에는 앞으로 5년간 일정액의 기부를 약속했다.
삼진어묵 매장은 곳곳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과 동래점 매장은 각각 식품관 내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부산역 매장은 전국 코레일 역사의 950여 개 매장 중 대전역의 유명 빵집인 성심당을 밀어내고 매출 1위에 올라섰다. 올 상반기(1∼6월)에는 잠실 등 서울 2곳에 매장을 열었다. 하반기에는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프랑스나 포르투갈처럼 찐 어묵 형태의 맛살 소비가 많은 유럽 쪽 진출도 검토 중”이라며 “최고의 품질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