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하대 “이승만 前 대통령 흉상 교내에 세우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학교 설립자로서의 업적 기려… 개교 60주년 기념관에 2016년 설치
일부 교수-시민단체 강력 반발

1979년 2월 24일 인하대 내 인경호 인근에 설치된 높이 6.3m(좌대 3m 포함)의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왼쪽 사진). 그러나 이 동상은 독재와 친일 행적을 문제 삼은 학생들에 의해 1983년 10월 철거됐다. 인하대 제공
1979년 2월 24일 인하대 내 인경호 인근에 설치된 높이 6.3m(좌대 3m 포함)의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왼쪽 사진). 그러나 이 동상은 독재와 친일 행적을 문제 삼은 학생들에 의해 1983년 10월 철거됐다. 인하대 제공
광복 70주년을 맞아 인천과 관련 있는 역사적 인물을 조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과 인연이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 동상을 새로 세우거나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

인하대는 내년 2월 준공하는 개교 60주년 기념관에 이 학교 설립자인 이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또 한진그룹을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이끌고 인하대를 종합대학으로 승격시킨 고 조중훈 회장(1920∼2002)의 흉상도 세우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2월 중순 부산 피란 시절 폐허가 된 국토를 보며 공업 수준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김법린 문교부 장관에게 인천에 미국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같은 공과대학을 설립할 것을 지시했다.

인천대공원의 외진 곳에 있는 백범 김구 동상. 건립된 지 18년 된 김구 선생의 동상을 많은 시민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대공원의 외진 곳에 있는 백범 김구 동상. 건립된 지 18년 된 김구 선생의 동상을 많은 시민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지만 인하대는 학교 설립자로서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흉상 설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1979년 2월 24일 교내 인경호 인근에 6.3m(좌대 3m 포함) 높이의 이 전 대통령 흉상을 세웠다. 그러나 독재 및 친일 행적을 문제 삼은 학생들에 의해 1983년 10월 철거돼 현재 창고에 보관 중이다. 인하대 관계자는 “철거 당시 동상이 많이 훼손돼 다시 사용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2010년에는 인하대 총동창회와 이본수 전 인하대 총장 주도로 이 전 대통령의 동상 재건이 추진됐지만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8년부터 ‘우남 이승만 애국상’을 만들어 해마다 시상하고 있는 대한민국사랑회 김길자 회장(경인여대 명예총장)은 “이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위해 하와이에 세운 한인기독학원 매각 자금과 하와이 교민들의 눈물 어린 성금으로 세운 인하대가 흉상 제작을 논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하대 일부 교수와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친일 행적과 부정부패, 독재의 장본인인 이 전 대통령의 흉상 건립을 다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역사 인식의 출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대공원에 건립된 지 18년 된 김구 선생의 동상도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구 선생의 동상은 인천대공원 남쪽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시민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김구 선생은 1896년 21세 때 황해도에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혐의로 인천교도소에서 옥고를 치르는 등 인천과의 인연이 깊다. 1911년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을 한 혐의로 또다시 체포돼 인천교도소에 수감됐다. 수감생활 도중 쇠사슬에 묶인 채 인천항 축조 공사에 동원되는 등 온갖 고초를 겪었다. 그는 백범일지에서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신문물을 익히며 항일독립운동가로서 사상을 정립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많은 시민들이 찾는 월미 공원으로 김구 선생의 동상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1997년 구성된 ‘백범 김구 선생 동상 건립 인천시민추진위’(위원장 고 이회림 전 동양제철화학 창업자 겸 명예회장)는 기금 7억 원을 모아 인천시로부터 인천대공원 내 670여 m²의 부지를 받아 좌대 3.1m, 높이 2.8m의 동상을 세웠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