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로는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2호선 삼성역(650m)에 이르는 서울 강남의 심장부다.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의미에서 ‘영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코엑스와 옛 한국전력 터(7만9345m²)가 서로 마주하고 있다. 강남의 핵심 지역인 데다 최근 각종 개발 호재가 터지면서 부동산 업계의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곳을 지나는 대형 철도·도로망 건설 계획이 잇달아 세워지면서 난개발과 중복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해당 사업들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이른바 ‘원샷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 교통 허브 ‘라데팡스’처럼 영동대로 개발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서 서쪽으로 8km가량 떨어진 신도시 ‘라데팡스’. 이곳은 첨단 업무·상업·판매·주거시설이 밀집돼 있지만 도로와 철도가 지하로 연결돼 있어 소음과 공해가 적다. 도시 곳곳에 감각적인 조각품 등이 잘 배치돼 있어 ‘새로운 개념의 미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국제적 명소로도 떠올랐다.
서울시는 영동대로 지하 공간을 라데팡스처럼 광역 교통 접근성이 보장되는 교통 허브로 만들 계획이다. 영동대로 지하 개발의 필요성은 서울시와 정부, 연구기관 등에서 꾸준히 제기했지만 주변 지역의 개발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답보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서울시가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서울시가 구상 중인 ‘원샷 개발’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과 함께 △위례·문정지구 개발 △삼성역 경유 광역·도시철도 6개 사업을 모두 포괄한다. 핵심은 광역·도시철도의 노선별 통합역사를 한 번에 새로 짓는 것이다. 현재 계획대로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C노선 △고속철도(KTX) 동북부 연장 △위례신사선 △삼성∼동탄 광역철도 △남부광역급행철도 등 6개 철도망이 삼성역을 지나간다. 이 노선을 통합 개발하면 여러 번 땅을 파헤치지 않아도 되고 공사 기간도 대폭 단축돼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 코엑스 지하 상업몰과 한전 터를 연결하는 상업·문화·편의시설 조성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영동대로 지하 통합 환승 시스템 구축 및 지하 공간 개발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한다고 25일 밝혔다. 용역은 내년 3월까지 8개월 동안 진행된다. 서울시는 통합 개발의 기술적 가능성이 확인되고 재원 조달 방안이 마련되면 내년 3월 이전에 영동대로 지하 공간 통합 개발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또 국토교통부의 삼성∼동탄 GTX 개통 시기인 2021년까지 통합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 삼성역은 안전한 통합 역사로 변신
통합 개발이 이뤄지면 현재 지하철 삼성역은 가장 많은 철도망이 교차하는 통합 역사로 변신한다. 현재 삼성역은 일일 이용객이 12만 명에 달해 매우 혼잡하다. 이용객 수만 놓고 보면 9번째로 많다. 지은 지 35년이 됐고 승강장과 연결 통로가 좁아 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따라 삼성역 통합 역사 건설은 안전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목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영동대로 지하 공간의 통합 개발에 대해선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충분한 사전 계획을 통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가장 효율적인 개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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