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전북 전주의 한 꽃집. 김모 씨(33)가 지폐 꽃다발을 찾으러 왔다. 김 씨는 꽃집을 방문하기 전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에게 선물할 건데 지폐 꽃다발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지폐 꽃다발(사진)은 꽃 15송이 가장자리에 5만원 권 지폐 30장을 싸 만든 것.
김 씨는 지폐 꽃다발을 부탁한 뒤 310만 원 가량을 꽃집 주인 명의 통장으로 계좌 이체했다. 하지만 김 씨의 행동이 수상하다는 것을 느낀 꽃집 주인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김 씨를 검거해 조사해보니 보이스피싱 인출책이었다. 김 씨의 휴대전화에는 광주의 한 꽃집에서 같은 지폐 꽃다발을 주문한 사진이 한 장 남아있었다. 이들 보이스피싱 조직은 현금인출기에서 사기 피해금액을 찾다가 검거되는 사례가 있자 지폐 꽃다발을 주문해 현금을 세탁하는 신종수법을 활용했다.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은행직원을 사칭해 알아낸 개인정보로 거액의 대출을 받은 혐의(사기 등)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김모 씨(33) 등 4명을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충남 천안, 전남 여수·광양, 광주 등지에서 콜센터 형식의 사무실을 운영하며 타인 개인정보를 이용해 32명의 명의로 대부업체로부터 7억7000만 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 등은 경찰 단속을 피해 아파트, 원룸 등 주택가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수시로 이사를 다녔다. 이들은 사기전화를 거는 조직원들에게 비밀유지를 위한 보증금 10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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