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배치된 마약탐지견 건이 1층 입국장을 빠져나가는 여행객들의 짐에서 냄새를 맡고 있다. 공항에 투입되지 않은 탐지견은 영종도 훈련센터에서 탐지능력 유지를 위해 매일 모의훈련을 받는다. 인천공항세관 제공
지난달 8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 스페인에서 도착한 비행기에 실렸던 수하물을 찾기 위해 여행객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길게 줄을 선 사이를 인천공항세관의 마약탐지견 ‘건’이 누비고 다녔다.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벨트 위에 성큼 올라가 수하물마다 코를 들이대던 건이 갑자기 30대 외국인 남성을 주시했다. 그는 트렁크를 들고 화장실이 있는 구석진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건은 곧바로 이 외국인을 쫓아가 앞길을 막아선 뒤 주저앉았다.
세관 탐지요원이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이 외국인에게 신분을 밝힌 뒤 몸을 수색했다. 이 외국인이 입은 점퍼 주머니에서 비닐로 여러 겹 감싸 감춰 둔 대마수지(해시시) 약 40g이 발견됐다.
성숙한 대마의 꽃대에서 추출한 해시시는 일반 대마초에 비해 마취성 물질의 함량이 3, 4배 정도 많아 가격도 5배 이상 비싸게 거래된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2009년 태어난 건이는 탐지요원의 지시를 가장 잘 알아듣고, 민첩하게 행동해 귀여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 배치된 탐지견들이 각종 밀수범 단속에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이 관리하는 탐지견은 14마리로 모두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 사람보다 1만 배 이상 뛰어난 후각능력을 갖추고 있어 담배 속에 숨긴 소량의 대마도 찾아낼 정도다.
이 가운데 건이를 비롯해 12마리가 탐지요원 한 명과 짝을 이뤄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 등에서 대마 헤로인 필로폰 등 다양한 종류의 마약을 찾아내고 있다. 나머지 2마리는 폭발물과 총기류를 단속하고 있다. 탐지견으로 선발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관세청이 인천 중구 운북동에서 운영하는 ‘탐지견훈련센터’에서 생후 4∼12개월에 이뤄지는 ‘자견(子犬)훈련’을 통해 사람에게 익숙해지는 사회화 교육을 받은 뒤 소유욕, 집중력을 키우게 된다.
이 훈련을 통과해야 냄새를 맡고 마약류를 찾아내는 인지능력을 배우는 현장 적응훈련을 16주 동안 받는다. 그 뒤 인천공항에 배치돼 탐지활동에 나서는데 보통 4∼8년이 되면 침착하고 원숙미를 갖춘 베테랑 탐지견으로 성장한다.
마약탐지견들은 인천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하루 180여 편의 항공기 가운데 정보 분석을 통해 전산 입력된 우범자 등의 입출국 동향과 화물 판별 기법을 통해 대상을 정해 단속활동에 나선다.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들어오는 승객과 특송화물, 향수나 커피 등과 함께 반입되는 수하물이 집중 검색 대상이다.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식사를 한 뒤 탐지요원과 함께 9시에 인천공항으로 출근하면 1시간 정도 인천공항 구석구석을 돌며 탐지활동에 나서고 30분 휴식한다. 정보 분석에 따른 비행기 도착시간에 따라 새벽까지 근무하기도 하는데, 보통 오후 11시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탐지능력이 떨어진 경우 3주 동안 보충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들은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마약사범 89명을 적발했다. 올 3월에는 우표 형태로 만든 신종 마약을 찾아내는 등 지난달까지 52명을 단속했다.
이형동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과장은 “마약 사범들의 밀수 행태가 날로 교묘해지고 있어 탐지견들의 단속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법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