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김포-고양 “한강 신곡보 철거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7일 03시 00분


철거 추진 서울시와 갈등 조짐
농업용수 年평균 1억t 공급받아… 장항습지 잠길땐 람사르 등록 차질

경기 고양시에서 김포시 쪽으로 한강 신곡수중보를 바라본 모습. 동아일보DB
경기 고양시에서 김포시 쪽으로 한강 신곡수중보를 바라본 모습. 동아일보DB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 신곡수중보(洑) 철거와 관련해 경기 김포시와 고양시가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포시와 고양시는 신곡보를 통해 농업용수를 공급받는 등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다.

26일 서울시 등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신곡보는 총길이 1007m(고정보 883m, 가동보 124m)로 1988년 고양시 덕양구와 김포시 고촌읍 사이에 건설됐다. 한강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면서 김포 고양 일대 농경지에 연평균 1억1400만 t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노순호 김포시 안전총괄과장은 “가뭄, 고온 등 이상기후가 심해지면서 용수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만약 보가 사라지면 유사시 농민들에게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어민 피해도 우려된다. 현재 한강 하류에서 민물장어나 참게 등을 잡는 어민은 약 260명. 노 과장은 “공사가 시작되면 어민들은 당분간 생업을 중단해야 하고 보상금 역시 만만찮은 규모가 될 것”이라며 “바로 옆 아라뱃길(경인운하)에 물을 보낼 수 없는 것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현재 아라뱃길에는 수위와 수질 유지를 위해 한강 물이 초당 약 10t씩 공급된다. 김포시는 철거 대신 김포 쪽 제방에 있는 가동보(수문이 있는 보)를 신곡보 중심 부분으로 이전하는 ‘구조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양시의 ‘반대’는 더욱 완강하다.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 중인 ‘장항습지’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점) 습지인 장항습지는 울창한 버드나무 군락과 노랑부리저어새, 재두루미 등 멸종위기종 철새가 오는 곳이라 생태적 가치가 높다. 만약 신곡보가 철거되면 장항습지 인근 수위가 최대 0.6m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전체 면적(7.5km²)의 22%인 1.7km²가 물에 잠기게 된다. 최종욱 고양시 생태하천팀장은 “수위가 올라가면 장항습지의 생태 안정성이 흔들린다”며 “녹조가 심할 때 한시적으로 수문을 여는 건 괜찮지만 철거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철거’ 입장은 확고하다. 김학진 서울시 물순환기획관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미 ‘철거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석환 대진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이미 팔당댐과 잠실수중보로 한강 상류가 막힌 상태라 깨끗한 모래가 내려오기가 힘들다. 오히려 서해안 조류로 인해 검은 펄이 한강대교 이남까지 밀어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신곡보 철거 여부를 놓고 지자체 간 갈등 조짐까지 보이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의 거듭된 공동연구 요청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조경학과)는 “신곡보 철거 논쟁이 자칫 4대강 등 다른 강의 구조물 철거 문제로 번질 것을 정부가 우려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보다 책임감을 갖고 신곡보 철거에 대한 각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해 연구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신곡보#철거#찬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5-08-27 10:55:53

    박원순이는 한강으로 침투하는 북한 무장간첩의 출몰을 은근히 기대하는 모습같아보입니다. 특히 한강물을 이용한 국민들이 많은데도 무리하게 거액을 들여 씰데없는 생각에 골몰하고 전 시장 오세훈위 한강르레상스사업을 훼방해 아라뱃길이 무용지물되고있지는 않는지 개검토해야한다.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