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이송 출동했다 선박사고로 다친 해경 오진석 부정장 끝내 순직
부상 승조원들 먼저 후송함 태운뒤 “부양정 망가졌는데 내가 있어야지”
기지에 배 안전하게 옮긴뒤 병원行
간 폐 급속 나빠져… 패혈증으로 숨져
“사고의 충격으로 장이 파열됐는지도 모른 채 직원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마지막까지 부양정에 남아 기지로 옮기는 책임감이 투철한 분이었어요.”
인천의 한 섬에서 생긴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출동한 공기부양정이 선박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면서 부상을 입었던 50대 해경이 끝내 순직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19일 오전 4시 17분경 인천 중구 무의도 주민 박모 씨(28)가 피를 토한 뒤 의식을 잃었다는 신고가 접수돼 87t급 공기부양정인 H-09정을 출동시켰다. 하지만 급하게 출발하던 부양정은 오전 4시 46분경 영종도 삼목선착장 앞 900m 해상에 정박해 있던 319t급 차도선(차량을 실을 수 있는 여객선)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차도선에는 사람이 없었다.
이 사고로 H-09정의 선수 왼쪽이 크게 파손됐으며 그 충격으로 조타실에서 근무하던 오진석 부정장(53·경위)이 선반에 옆구리를 강하게 부딪쳤다. 함께 있던 경찰관 2명도 팔이 부러져 수술을 받는 등 7명이 크게 다쳤다. 또 H-09정의 엔진이 꺼지고 조타장치가 고장 나는 바람에 예인선과 후송함 4척이 와야 했고 이 배들이 도착하자 오 부정장은 골절상을 입은 정장과 승조원들을 먼저 후송함에 태웠다. 이어 오 부정장은 전승화 경위(47)와 함께 끝까지 부양정에 남아 인천해경 상황실과 교신하면서 H-09정을 영종도 공기부양정 기지로 안전하게 옮겼다.
오 부정장은 이날 사고가 난 지 4시간여가 지난 오전 9시까지 기지에 남아 뒷수습을 마무리한 뒤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 부정장은 입원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온 직원들에게 “나는 크게 걱정하지 마라. 부양정이 많이 부서져 걱정이다. 팔이 부러진 직원들은 잘 치료를 받고 있느냐”며 오히려 부양정의 상태와 동료들의 안부를 물었다.
하지만 오 부정장은 신장과 간, 폐 등의 기능이 급속하게 나빠지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21일 응급수술에 들어갔으나 패혈증이 나타나면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30일 새벽 숨을 거뒀다. 전 경위는 “사고가 났을 때 병원에 먼저 갈 것을 권유했지만 오 부정장은 ‘부양정이 망가졌는데 내가 남아 있어야지 어디를 가느냐’며 고집을 피울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분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해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다가 1989년 해경에 순경으로 특채된 오 부정장은 그동안 주로 경비 분야에서 근무해 왔으며 부인(53)과의 사이에 2남매를 두고 있다. 해경은 오 부정장에게 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했으며 1일 오전 인천해경 전용부두에서 영결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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