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태극 문양에 담은 세계인의 광복축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2030 순례단, 항일독립운동 현장을 가다]<下>美 LA서 홍보전

순례단은 태평양∼미국 대륙 횡단 2만7000km 일정 중 만난 200명과 광복 70주년 기념 ‘셀카’를 찍은 뒤 ‘세계인과 함께 축하한다’는 의미를 담아 태극 문양과 합성했다(위 사진). 순례단이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6·25 참전 미군 용사들에게 감사 편지를 건네고 포옹하고 있다(아래 사진). 워싱턴=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2030세대 독립과 미래창조 순례단 제공
순례단은 태평양∼미국 대륙 횡단 2만7000km 일정 중 만난 200명과 광복 70주년 기념 ‘셀카’를 찍은 뒤 ‘세계인과 함께 축하한다’는 의미를 담아 태극 문양과 합성했다(위 사진). 순례단이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6·25 참전 미군 용사들에게 감사 편지를 건네고 포옹하고 있다(아래 사진). 워싱턴=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2030세대 독립과 미래창조 순례단 제공
2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대로. 한글 캘리그래피(손글씨)가 적힌 엽서를 건네자 외국인들의 얼굴에는 경계하는 표정이 뚜렷했다. 무작정 “안 산다”며 뿌리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잠시 한국에서 온 젊은이들의 설명을 듣더니 이내 밝은 표정을 지었다. 기념촬영을 하며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한국이 독립한 지 벌써 70년이군요. 축하합니다!”
○ “위안부는 다시 없어야 할 끔찍한 일”

이날 진행된 캘리그래피 프로젝트는 광복7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국가보훈처,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2030세대 독립과 미래창조 순례’에 참가한 순례단원들이 준비했다. 태평양~미국 대륙 횡단 2만7000㎞ 여정에서 만난 세계인 200여 명에게 기념엽서를 나눠주며 광복 70주년을 알리고 함께 축하하기 위해서다. 20, 30대 순례단원 10명이 아이디어를 냈다.

미국 중국 멕시코 등 다양한 국적의 현지인들은 엽서에 적힌 “고맙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코리안입니다.” 등의 뜻을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특히 대다수가 일본의 식민 통치뿐 아니라 위안부 동원 같은 만행을 알고 있었다. 미국 시카고에 사는 메리 씨(24·여)는 “일본이 한국 여성들을 성 노예(sex slave)로 삼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멕시코 출신 10대 청소년은 “한국도 같은 식민 지배의 아픔을 갖고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 출신의 한 20대 여성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친구들에게 나눠 주겠다”며 엽서 여러 장을 받아갔다. 한 40대 일본인 여성은 광복 70주년을 축하하면서 “언젠가 모든 일본인이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기념사진을 본보 지면에 싣는 것은 사양했다. 일본 극우세력의 돌발 행동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순례단 이성욱 씨(28·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는 “정부와 재외국민들이 다양한 노력을 펴는 것처럼 순례단도 독립운동을 알리기 위해 작은 실천부터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사적지 보존 ‘극과 극’

순례단이 27~30일 방문한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곳곳의 독립운동 사적지들은 보존 상태가 천차만별이었다. 27일 찾은 로스앤젤레스 ‘도산 안창호 나들목(IC)’ 인근 대한인국민회 건물은 70년 넘게 외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한인국민회는 1909년 창립해 미 대륙에서 대한제국 임시정부 역할을 했던 독립운동단체다. 1937년 현재 위치로 이전하고 몇 차례 개·보수됐지만 아직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내부는 기념관으로 쓰이고 있다.

반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로스앤젤레스 동지회 북미 총회관은 지난해 서던캘리포니아대 기숙사로 팔렸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흥사단의 미주본부였던 ‘카타리나 흥사단소’도 소유권이 현지인에게 넘어가 일반 가정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30일 찾은 워싱턴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정부의 노력에 행운까지 더해진 사례다. 내부는 가구부터 문고리 장식까지, 1905년 일제가 을사늑약으로 건물을 빼앗을 당시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동안 다른 소유주들이 건물에 크게 손을 대지 않았고, 2012년 문화재청이 매입에 성공한 덕분이다. 순례단 김윤진 씨(23·여·안동대 법학과 4학년)는 “사적지 매입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개념으로 적극 검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6·25참전 美용사들 “北 도발엔 항상 대비를” ▼
한국 방산비리에 쓴소리도


“19세 때 6·25에 참전해 동상으로 다리가 잘려 나가는 동료를 봐왔습니다.”

30일 ‘2030세대 독립과 미래창조
순례’ 참가자 10명은 미국 워싱턴DC의 한 한식당에서 6·25전쟁 참전 용사 5명이 들려주는 전쟁의 참화에 귀를 기울였다.
80대 중후반인 베테랑(예비역 군인)들은 혀가 굳어 말투가 어눌했지만, 정복 위에 달고 있는 ‘한국전참전용사협회(KWVA)’
배지는 그들의 자부심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순례단의 초청에 응한 참전 용사들은 젊은 나이에 실전에 투입돼야 했던
암담함 등을 생생히 들려줬다. 순례단 이진혁 씨(25·중앙대 심리학과 4학년)는 “훈련이 훈련으로 끝나는 시대에 사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예비군 훈련 가는 것도 귀찮아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고 털어놓은 순례단원도 있었다.
최근 국내에서 불거진 각종 방위사업비리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예비역 해군 병장 잭 킵 씨(83)는 “국방비를 남용하는
일은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비리지만 아직 휴전 상태인 한국에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비역
육군 병장 리 에윙 씨(85)는 북한의 잇단 지뢰 및 포격 도발을 거론하면서 “북한은 반드시 또 도발할 것”이라며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윤식(23·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3학년), 김민철 씨(22·경희대 경영학과 4학년) 등
순례단원들은 참전 용사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참전 용사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 편지와 함께 기념품을 전달했다.

로스앤젤레스·워싱턴=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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