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진행 과정에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특히 교육부가 당초 하위권 대학 가운데 10% 정도를 상위권으로 승급시킨다고 예고한 것과 달리 한 곳도 승급을 시키지 않은 것을 놓고 행정의 신뢰를 무너뜨린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대학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4년제대의 경우 1단계 평가에서 하위권(D, E등급)으로 분류된 대학은 2단계 평가를 실시하고, 2단계 평가 결과가 우수한 대학은 10% 이내에서 상위권(A∼C등급)으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6월 2단계 평가 대상으로 통보를 받은 37개 대학은 교육부의 이 같은 예고를 믿고 두 달 넘게 2단계 평가 준비에 매달렸다. 8월 들어 2단계 평가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대학가에는 C등급으로 상향될 4개 대학의 명단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그러나 교육부는 2단계 평가를 받은 대학 가운데 단 한 곳도 상향 조정을 하지 않았다. 대학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고 했을 뿐”이라며 “2단계 평가를 해보니 하위권 대학 가운데 80점 이상을 받은 대학들이 촘촘히 밀집해 있어 일부 대학만 올려주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과 달리 교육부는 2단계 평가가 끝난 뒤 80점 이상을 받은 대학들을 무더기로 C등급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90점에 육박하는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 거점 국립대인 강원대 등이 D등급을 받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제동을 걸면서 결정이 지연됐고, 지난주 청와대가 돌연 ‘한 곳도 승급시키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2단계 평가를 받은 대학들은 “정부가 대학들을 농락했다”, “10%의 승급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여름방학 내내 인력과 예산을 쏟아 평가를 받은 것이 무용지물이 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부가 평가를 모두 마친 이후에 일부 대학에 대해 뒤늦게 ‘별도조치’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특혜 시비도 일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시작하기 전에 △종교지도자 양성 학교 △예체능 위주 학교 △편제가 완성되지 않은 학교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평가 대상에서 빠질 수 있도록 했다. 자체적으로 빠진 대학들은 정원 감축을 하지 않는 대신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교육부가 이런 예외 조건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은 평가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특정 대학은 D등급 이하의 하위권 점수를 받았다. 교육부는 이 대학에 대해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이 평가에 빠진 대학보다 무조건 유리한 결과를 얻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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