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부터 초중고교에서 배우는 영어와 수학의 학습 분량이 줄어들고, 학생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수학 개념은 상급 학년으로 옮아가거나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초등학교 1, 2학년은 2017학년도부터 한글 교육이 강화된다. 교육부는 31일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정보 등 과목별로 ‘2015 교육과정 개정안’을 만들기 위한 2차 공청회를 열었다.
가장 변화가 큰 과목은 수학이다.
우리나라 수학 교과 내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많아 이른바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에 따라 학습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개정안은 초등학교의 경우 ‘자연수의 혼합계산’은 3, 4학년군에서 5, 6학년군으로 바꾸고, ‘정비례와 반비례’는 중학교로 넘기기로 했다. 중학교는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활용’을 없애고, 연립일차부등식과 이차함수는 고등학교로 옮긴다. 고등학교 공통수학에서는 ‘부등식의 영역’, ‘미지수가 3개인 연립일차방정식’, 확률과 통계에서는 분할과 모비율, 기하에서는 공간벡터 등 시험에서 고난도 문항이 주로 출제됐던 부분이 빠진다. 선택과목으로는 실용수학, 경제수학, 수학과제 탐구 등이 신설된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학생들이 알아야 할 수학의 핵심 개념이 지금보다 19.6% 정도 줄어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 관련 단체에서는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학습량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초중고교의 개정 수학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 수학 학습량의 실제 경감률은 8.7%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고교 일반 선택과목 중 심화미적분은 이공계 대학 1학년이 배우는 수준과 같을 정도로 여전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각 학교가 수학 시험에 너무 어려운 내용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평가 유의사항’도 신설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중학교 수학 ‘경우의 수’ 부분에서 ‘2개의 경우의 수를 합하거나 곱하는 정도만 평가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영어는 초중고교 모두 전반적으로 어휘를 비롯한 학습 분량을 줄일 예정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말하기와 듣기, 고등학교는 읽기와 쓰기 위주로 교육 과정을 재편하기로 했다.
국어는 초등학교의 변화가 크다. 취학 전부터 한글 선행학습이 성행하다 보니 초등학교에서 한글을 충실히 가르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1, 2학년의 한글교육 시간을 현행 27시간에서 45시간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초등 5, 6학년과 중학교 국어에는 연극 단원을 새로 만들어 체험 위주의 수업을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4일까지 사회, 역사 등 다른 교과목에 대한 공청회를 계속 진행한 뒤 공청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토대로 교육과정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9월 말 새로운 교육과정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새 교육과정은 초중고교에서 2018년부터(초등 1, 2학년은 2017년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수학과 영어 학습량이 2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교육과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교육단체와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교육과정 개편안이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15개 교육단체는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2015 개정 교육과정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교육부가 초등학교에서 한자병기 정책과 소프트웨어 필수화 등을 추진하면서 수업 시수와 학습 부담이 오히려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문이과 통합을 위한 고교 교육과정 개편 역시 단순히 기존 교과목들을 병렬식으로 합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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