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켜요 착한운전]통학차량 사고위험 여전
일단멈춤-추월금지 의무화 아는 운전자들 거의 없어
1일 오후 3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앞. 영어유치원 이름이 붙은 노란색 승합차에 유치원생 8명이 차례로 올라탔다. 잠시 후 출발한 차량은 약 1km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한 여자 어린이가 지도교사의 손을 붙잡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유치원 차량 옆으로 승용차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이곳은 폭 6m가량으로 중앙선도 없는 좁은 도로. 승하차를 위해 멈춘 어린이 통학차량을 추월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승용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칫 어린이가 길 건너 아파트로 향했을 경우 사고를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이 유치원 차량이 도착한 다른 주택가 도로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일방통행로나 편도 1차로 등 좁은 도로에서 유치원 차량은 ‘양보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이었다. 승용차는 물론 소형 화물차와 오토바이까지 유치원 차량을 앞질러 갔다. 승하차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차량은 10대 중 1대 정도에 불과했다. 특히 반대 차로에서 오는 차량도 일시 정지 후 서행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통학차량 근처에서의 ‘일단 멈춤’ ‘추월 금지’ ‘서행’을 의무화한 규정은 올 1월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세림이법)에 담겼다. 그러나 이 내용을 아는 운전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운전 경력 11년의 택시 운전사 이모 씨(47)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시속 30km 속도 제한은 알고 있지만 그런 규정은 몰랐다”고 말했다. 영어학원 교사 조모 씨(54)는 “옛날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이들을 태우고 내릴 때마다 차량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새 학기를 맞아 이달 미신고 통학차량과 안전띠 미착용, 보호자 동승 의무 위반 등을 집중 단속한다. 통학차량 신고율은 7월 중순 70% 수준에서 8월 말 현재 90%까지 육박했다. 그러나 통학차량이 바뀌어도 일반 차량 운전자들의 ‘반칙 운전’이 사라지지 않으면 여전히 어린이 안전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경기 평택시에서 8세 초등학생이 통학차량을 추월하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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