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이도 받는 이도 부담되는 돌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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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67>체면치레용 전락한 선물

돌반지 선물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DB
돌반지 선물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DB
경남 창원시에 살고 있는 주부 심모 씨(55)는 최근 조카의 쌍둥이 돌잔치를 위해 돌반지를 사러 갔다가 너무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랐다. 아기 손가락만 한 작은 반지가 한 개에 20만 원을 호가했던 것이다. 그나마 최근에 국제 금값 하락으로 값이 떨어진 게 그 정도였다. 부담스러웠지만 ‘염치없는 이모’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지갑을 열었다. 돌반지를 건네고 나서도 찝찝한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돌반지를 받는 쪽도 속이 편한 건 아니다. 얼마 전 돌잔치를 치른 이모 씨(34)는 하객들이 선물한 돌반지들을 보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상대방에게도 이 정도는 해줘야 체면이 설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씨는 “돌반지를 모아두면 나중에 애가 큰 뒤 목돈이 된다고들 하지만 사실 꼭 필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나도 안 줄 순 없으니 다른 사람 돌잔치 때 금값이 오르지 않기만 빌 뿐”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돌잔치에는 당연히 주고받는 것이라 여겨졌던 돌 금반지도 보여주기식 행사의 일부분이 됐다. 아기의 건강을 빈다는 원래의 좋은 의도보다는 ‘내가 이렇게까지 해 준다’, ‘나도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체면치레용의 성격이 더 강한 것이다.

돌잔치가 고급 예식으로 바뀌다 보니 하객들한테 답례용으로 주는 선물도 고급화되는 추세다. 한 달 전 딸의 돌잔치를 치른 추모 씨(35)는 하객 선물을 마련하느라 예상치 못한 돈을 써야 했다. 돌상과 의상, 음식 등이 포함된 패키지 외에 하객 상품으로 줄 고급 향초와 출구에서 나눠 줄 손세정제, 행사 중간에 경품처럼 나눠줄 백화점 상품권까지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추 씨는 “하객들의 반응이 신경 쓰여 꽤 큰돈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래 돌잔치는 부수적인 지출까지 해야 할 행사가 아니었는데 최근에 크게 치르는 게 유행이 됐다”며 “주변 사람들이 하는 수준만큼은 따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스러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체면을 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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