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카메라에 담은 제주 풍경 현장을 아들이 또다시 찍어 전시하는 ‘부전자전(父傳子展)’이 10일까지 서울 중구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다. 전시 사진 20점은 타임머신을 탄 듯 40여 년의 시차를 오간다. 1960, 70년대 자연과 어울려 사는 제주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했던 고영일 씨(2009년 작고·전 제주신보 편집국장). 그가 찍었던 사진 속 제주의 풍경을 아들 고경대 씨(57·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가 찾아가 다시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에 전시하는 사진은 성산일출봉, 보목포구, 팽나무 등 제주 분위기가 한껏 묻어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 등이 개발 바람에 바뀐 아쉬운 마음도 읽을 수 있다. 전시회는 아들이 2011년부터 ‘고영일 사진 따라하기’라는 이름으로 해왔던 작업을 통해 ‘아버지 오마주(자신이 존경하는 작가나 영향을 받은 작품 등에 보내는 헌사로, 특정 장면을 모방하는 것)’를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경대 씨는 아버지가 암과 싸우는 도중 제주에서 사진작업을 함께하자는 약속을 잊고 있다가 아버지 후배들의 권유로 추모 사진전을 준비했다. 그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고영일 사진 따라하기’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로 이주했다. 그는 “아버지가 찍은 사진이 생명을 잃은 옛 사진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그 순간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 풍경사진 이후에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모습, 밭일하는 노부부 모습 등 아버지가 기록한 제주의 소소한 일상 속 사람을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영일 씨는 1950년 6·25전쟁 때 해병대 보도반원으로 참전해 제주 최초의 종군기자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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