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 틀고 공연… 공장 소음 맞먹어
마포구 “밤10시이후 자제” 단속 안해… 인근 상인들 “못살겠다” 민원 줄이어
공연장 옆에는 화단에 붙어 있던 야간공연(오후 10시∼오전 5시) 금지 안내판이 나뒹굴고 있었다(아래쪽 사진).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10분.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성 듀오가 인기밴드 ‘혁오’의 노래 ‘위잉위잉’을 부르고 있었다. 홍대 부근을 거닐던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은 공연이 펼쳐진 화단 앞에 자리를 잡고 고개를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관객 사이로 다음 공연을 위해 기타와 앰프를 조율하는 다른 밴드도 눈에 띄었다.
“시끄러워 죽겠네.” 웃으며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과 달리 근처 상인들 사이에서는 짜증 섞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상인들은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공연 때문에 심각한 소음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했다. 길거리 공연팀과 약 5m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측정한 소음은 최대 90dB(데시벨). 지하철이나 시끄러운 공장 내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42)는 “7월부터 오후 10시 이후 야간공연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붙었는데 막상 현장 단속하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이럴 거면 왜 안내판을 붙인 건지 궁금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마포구가 홍대 거리에서 앰프를 이용한 야간공연(오후 10시∼오전 5시)을 금지한 지 5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홍대 거리의 밤은 여전히 버스커(거리의 악사)들의 앰프 소리로 가득하다. 마포구가 “소음 측정이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단속의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마포구는 7월 10일부터 야간 앰프 사용을 금지하며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소리 크기가 60dB이 넘는 공연팀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60dB은 일상 대화 때나 사람이 많은 백화점 내 소음과 비슷하다.
하지만 마포구는 7월 10일 이후 현장 점검이나 소음 측정을 실시하지 않았다. 유동인구가 많고 주변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커 공연 소음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마포구 관계자는 “5팀이 공연을 하고 있다면 나머지 팀의 공연을 멈추게 한 뒤 한 팀씩 소음 측정을 해야 하는데 현실성이 없다”며 “민원이 많아 공연 금지 안내문을 붙이긴 했지만 공연팀들이 알아서 자제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팀이 경쟁적으로 공연하는 상황에서 자발적인 소음 규제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네루(19)라는 활동명의 한 버스커는 “거리에 공연팀이 많아져 앰프를 쓰지 않으면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며 “점점 공연 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포구가 단속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34)는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경찰과 구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길 뿐 단속을 나오지 않는다”며 “공연을 관광상품화하는 것은 좋지만 소음에 시달리는 상인들의 마음도 헤아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포구는 “홍대의 길거리 공연 문화를 지키면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