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 ‘낮잠’ 표절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명백한 도용… 비난받아 마땅한 일”
신경숙 파문 이어 또… 문단 충격

신경숙 씨에 이어 표절 의혹을 받아 온 소설가 박민규 씨(47·사진)가 표절 지적을 인정했다.

최근 발간된 ‘월간중앙’ 9월호에는 박 씨가 자신의 장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2003년)과 단편 ‘낮잠’(2007년)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평론가 정문순 최강민 씨에게 보낸 해명의 글이 실렸다. 앞서 두 평론가는 같은 월간지 8월호에서 ‘삼미…’는 인터넷 게시 글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와, ‘낮잠’은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과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표절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박 씨는 “혼자 동굴에 앉아서 완전한 창조를 한다고 해도 우연의 일치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박 씨는 이번 해명 글에서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시작부에는 신문 자투리 기사, 사건·사고기사가 필요했고 인터넷 글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 역시 그때 찾은 자료의 하나였다”라고 썼다. 박 씨는 이어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저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간이었다”고 시인했다. ‘거꾸로…’는 1990년대 PC통신 게시판에 삼미슈퍼스타즈의 팬이 인터넷에 올렸던 글이다.

박 씨는 또 ‘낮잠’에 대해서도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은 오래전 읽었던 기억이 있다”면서 “설사 보편적인 로맨스 구도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의혹을 부인하다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한 질문에 박 씨는 e메일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상의한 끝에 조만간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하기로 했다”며 말을 아꼈다. ‘낮잠’이 실려 있는 단편집 ‘더블’은 공교롭게도 창비에서 출간돼 신경숙 씨의 표절 파문에 이어 창비는 ‘연타’를 맞게 됐다.

앞서 두 평론가는 ‘삼미…’와 ‘거꾸로…’에 나오는 선수 이름의 특이점 나열 문장과 문체 등이 닮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박 씨가 소설 말미에 ‘거꾸로…’를 쓴 팬의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의 말을 밝힌 적이 있지만 원작자의 글을 단순히 참고한 것 이상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낮잠’도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과 로맨스 구도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낮잠’과 ‘황혼유성군’은 주인공이 아내를 잃은 뒤 요양시설로 들어가 치매를 앓는 옛 사랑을 만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박 씨의 소식이 알려진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힘들 때 위로받았던 소설인데 믿을 수 없다”, “새로운 작가처럼 보였던 박민규도 표절에서 자유롭지 않다니 안타깝다”, “좋아했던 작가인데 배신감이 든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문단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소설가 A 씨는 “신경숙 표절 논란으로 큰 타격을 받은 한국문학이 독자의 관심에서 더 멀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설가 B 씨도 “그러잖아도 문학판이 얼어붙어 있는데 잇따라 표절 논란이 벌어지니 참담하고 당혹스러운 심경”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2003년 장편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도 수상했다. 단편집 ‘카스테라’, 장편 ‘핑퐁’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등을 출간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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