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요트경기장 짓게 해놓고 지원금 돌려달라는 인천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3시 00분


영종도 ‘왕산마리나’ 준공 앞두고
“지원금 167억 회수하라” 행정처분… 개발사 “일관성 없는 행정에 황당”

지난해 10월 열린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의 요트경기장으로 활용된 왕산마리나. 인천시가 지원금 회수 등을 이유로 준공 허가를 미루는 바람에 요트나 보트를 이용할 수 없어 계류장이 썰렁하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지난해 10월 열린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의 요트경기장으로 활용된 왕산마리나. 인천시가 지원금 회수 등을 이유로 준공 허가를 미루는 바람에 요트나 보트를 이용할 수 없어 계류장이 썰렁하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협약을 체결해 국제대회를 치르는 데 필요한 시설을 짓게 해놓고 이제 와서 지원금을 회수한다며 준공을 미루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인천시가 대규모 민간 자본을 유치해 중구 영종도 앞바다에 조성한 ‘왕산마리나’가 문을 열지 못해 이 같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왕산마리나는 바다에 요트나 보트를 정박하고 수리
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으로 숙식 서비스도 제공하는 종합 레저시설.

인천시는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둔 2011년 3월 대한항공이 출자한 계열사인 ㈜왕산레저개발과 업무협약을 맺고, 경제자유구역인 중구 을왕동 왕산해수욕장에 마리나를 건설하도록 했다. 대회 기간에 요트경기장으로 사용한 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살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로 했다. 또 마리나 인근에 해양레저장비 제조업체와 숙박시설 등을 유치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데 파급효과를 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왕산레저개발이 마리나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사업비 1500억 원 가운데 1333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167억 원은 인천시가 국비 등을 지원받아 부담하기로 했다. 왕산레저개
발은 이듬해부터 왕산해수욕장 인근 공유수면을 매립한 16만3004㎡에 해상방파제와 요트와 보트 300척을 수용하는 계류장과 수리장, 주유소, 클럽하우스 등을 건설한 뒤 대회기간에 요트경기장으로 제공했다. 마리나 건설에 추가로 들어간 200억 원도 왕산레저개발이 부담했다. 대회가 끝나면 준공검사를 마무리한 뒤 올 5월부터 마리나를 민간에 개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현재까지 마리나의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어 요트와 보트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던 수도권 주민들은 접근도 못 하는 상태다. 마리나에 대한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왕산레저개발과 준공검사에 필요한 협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는 인천시가 3월 감사를 통해 ‘인천경제청이 왕산마리나에 국·시비 167억 원을 지원한 것은 잘못된 행정이므로 지원금을 회수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시아경기대회지원법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회에 필요한 관련 시설의 신축 및 개·보수 비용을 지원할 수 있지만 민간투자로 유치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지원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어겼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이를 근거로 왕산마리나 시설 준공에 앞서 지원금을 모두 환수하거나 소유권 일부를 확보할 것을 인천경제청에 지시했다.

그러나 왕산레저개발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1년 시와 체결한 업무협약서에는 지원금 167억 원이 대회지원법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또 마리나 가설물 설치비용 가운데 일부를 시가 스스로 지원해놓고 준공을 앞둔 시점에서 이를 회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준공을 미룬 것은 사실이지만 12월까지 왕산레저개발과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12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와 최고 등급인 ‘프레스티지 파트너’ 후원계약을 체결하고, 대회 기간에 항공과 호텔 분야에서 1500만 달러 규모를 지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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