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당한 엄마” 홀로서는 미혼모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3시 00분


고선화(가명·30·여) 씨의 밤은 짧다. 24개월 된 아들은 엄마 없이는 깊이 잠들지 않는다. 아이가 깨기 전 청소와 빨래를 후다닥 해치워야 한다. 일을 마치고 나면 인터넷을 켜 일자리가 있는지 확인해 본다.

고 씨는 ‘양육미혼모’다.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키운다. 기댈 곳이 없어 혼자서 아이를 돌보다 몇 개월 전부터 어린이집에 맡기기 시작했다. 수입도 괜찮고 아이 키우기에도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 나설 생각에서다. 그러나 혼자 어린 아이 키우는 여성에게 딱 맞는 일자리는 드물었다.

2013년 출산을 하기 전까지 그 역시 수백 번, 수천 번 낙태를 해야 될지 고민했다. 아이 아빠는 결혼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 씨는 아이를 선택했다. 그는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임신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있다. 그는 냉정하게 조언할 때가 많다. “다짐하고 다짐해도 무너지는 것이 미혼모의 삶”이라거나 “냉랭한 시선이나 돈 때문에도 매일매일 힘겨울 수밖에 없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이런 냉혹한 조언을 듣고도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에겐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위안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고 씨 같은 양육미혼모가 매년 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미정 연구위원의 2010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 0∼7세 이하 아동을 양육하는 양육미혼모는 1만7249명에 달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1995년 6.9%에 불과했던 미혼모의 ‘양육선택’ 비율이 2011년 34.8%를 넘었다. 이제는 10명 중 3, 4명은 혼자서 스스로 아이를 키우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입양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미혼모가 직접 아이를 키우면서 국내외 입양도 줄고 있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해외입양이 연평균 1300명이었지만 2014년에는 535명이었다. 국내입양 역시 연평균 1300명에서 637명으로 줄었다.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과거에는 입양이나 낙태를 선택하는 미혼모가 대다수였지만 요즘 미혼모 중에는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고 결심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의지를 보이곤 있지만 미혼모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순탄치 않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예산을 매년 늘리고 있지만, 미혼모 자립에는 관심이 없다.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미혼모는 2000명이 조금 넘는데, 만 24세가 넘으면 월 10만 원을 받는다. 그러나 월수입이 정부 지원 기준 136만7000원을 넘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양육미혼모의 자립을 돕기 위해 사단법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대구미혼모가족협회는 10일 오후 6시 반 남산 문학의집 서울에서 ‘엄마의 선택’이란 공연을 연다. 해금연주자 정겨운, 김옥경 시인이 참여하며 미혼모들이 직접 출연하는 시극 ‘엄마의 정원’을 발표할 예정이다. 티켓 한 장이 5만 원으로 수익금은 모두 이들 가정의 행복을 다지는 데 쓰인다.

고 씨의 아이는 지금 그의 다짐처럼 앞으로도 잘 자랄 수 있을까. 그는 말한다. “걱정이 많지만 세상 모르고 잠자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힘이 나고 세상 모든 것에 감사드리게 돼요. 저는 강한 ‘엄마’이니까요.”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엄마#미혼모#양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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