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玉女峰頭日欲斜(옥녀봉 산마루에 해가 저물어) 殘棋未了各歸家(바둑을 못 끝낸 채 집으로 돌아갔네) 明朝有意重來見(이튿날 날이 밝아 다시 와 보니) 黑白都爲石上花(흰 꽃 검은 꽃이 돌 위에 피어 있네).’
충북 괴산군 칠성면 갈론리 갈은구곡(葛隱九曲·구곡은 산속을 흐르는 아홉 개 물줄기를 이르는 말)의 제9곡인 ‘선국암(仙局巖)’에는 이 같은 시구가 새겨져 있다. 30여 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너른 바위인 이곳에는 바둑판과 바둑돌을 담을 수 있는 구멍까지 파여 있어 ‘바둑바위’로도 불린다. 바둑판 네 모서리에는 사노동경(四老同庚·4명의 동갑내기 신선)이라는 글씨도 음각돼 있다. 바둑판은 갈은구곡을 설정한 전덕호 씨(1844∼1922)가 120여 년 전에 만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일 이곳에서 프로기사인 김인 9단과 유창혁 9단이 특별 대국을 벌인다. 이 대국은 선국암을 널리 알리기 위해 괴산군과 괴산군체육회가 공동 주최하고 괴산군 바둑협회와 대한바둑협회가 주관하는 ‘제1회 괴산 선국암 바둑 한마당’의 이벤트. 실제 대회는 괴산읍 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다.
김 9단과 유 9단은 이날 신선놀음을 재현하기 위해 괴산한지(韓紙)체험관에서 만든 한지 두루마기를 입고 대국을 한다. 또 대국이 열리는 동안 대금 연주와 전통차 시연, 붓글씨 쓰기 등의 퍼포먼스를 통해 신선들이 무릉도원에서 바둑을 두는 모습을 연출할 예정이다.
괴산군 바둑협회 관계자는 “신선들이 놀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선국암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특별 대국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괴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바둑대회는 5명이 한 팀을 이루는 동호회 단체전과 초중고등부전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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