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교육감부터 ‘창의적 체벌’ 고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대구의 한 고교 국어교사(35)가 과제를 소홀히 한 학생 15명을 수업시간에 고무막대기로 손바닥과 허벅지를 수백 대 때려 대구시교육청이 감사 중이다. 이 사건은 3일 발생했으나 대구시교육청에는 5일 보고 됐다. 교육청은 모든 학교장을 불러 재발 방지를 위한 학생인권교육강화 회의를 열었다.

대구지역 436개 초중고교의 교사 2만2000여 명은 각자 교육철학이 있다. 교사는 더 나은 수업을 위해 과제를 지시할 수 있고 학생은 충실히 따라야 한다. 교사가 훈계하는데 웃고 떠드는 것은 학생의 잘못이다. 하지만 교사가 마구 때리는 것도 열정이 아니라 폭행이다.

교육청이 이전처럼 ‘뒷북 감사’와 회의만 여는 것은 진정한 대책이 아니다. 과거에도 교사들이 체벌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학교의 ‘校’(교)는 ‘벌을 주기 위해 나무로 만든 기구’라는 뜻에서 볼 수 있듯 학생을 반듯하게 교육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체벌이 필요하다. 문제는 방식이다. 이번처럼 교사가 분풀이하듯 매질하는 것은 지나치다. 사랑의 매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교육청이 ‘체벌은 학생 인권을 침해하니 절대 금지’라는 입장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교사는 학생에게 무관심해지고 학생은 교사와 학교에서 멀어질 수 있다. 모두 극단적이다.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를 표방하는 대구시교육청은 체벌의 의미를 새롭게 해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공감할 수 있는 차원을 보여줘야 한다. 시(詩)를 외우게 한다든지 글을 쓰도록 하는 체벌은 국어 수업에 어울린다. 과목별로 이런 ‘창의적 체벌’을 하면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교육감은 교사의 교사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이런 측면을 두루 살펴 “대구는 체벌도 다르니 역시 교육도시구나”라는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사람을 다듬어 성장시키는 학교교육은 모든 면에서 피상적이고 일회적이어서는 곤란하고 근본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대구 교육의 주요 정책인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인문교육’ ‘꿈 희망 행복을 가꾸는 대구 교육’ ‘인성과 재능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도 공허해지지 않는다.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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