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아’와 ‘오’ 발음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커피’를 ‘코피’라고 발음하시면 의미 전달도 안 되고 북한 말투라는 인상을 줍니다.”
7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외국어대(부산외대) 다문화사업단 소통능력개발센터 4층 음성언어실습실. 20대 학생부터 50대 주부까지 14명의 수강생이 짝을 지어 표준어 발음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강사의 설명과 발음을 들은 뒤 단어를 반복해 읽었다. 옆에 앉은 수강생과 역할을 나눠 교재에 적힌 문장을 읽기도 했다.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합니다. 자신감을 갖고 목소리를 크게 내 주세요.”
수업을 진행한 부산외대 한국어문화교육원 강사 오상민 씨(31)의 칭찬이 이어졌다. 오 씨는 “북한식 억양 중 우리 표준어와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부터 고쳐 나가도록 수업 내용을 만들었다”고 했다.
모든 수강생이 우리말을 배우러 온 건 아니었다. 7명만 새터민이고 나머지는 이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멘토를 자처한 부산외대 한국어문화학부 학생들이었다. 4학년 이아정 씨(23·여)는 “새터민들이 하루빨리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강좌 이름은 보이스 트레이닝(목소리 훈련) 아카데미. 부산외대 한국어문화학부 다문화창의인재양성사업단과 부산YWCA새터민지원센터가 새터민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한 공동 프로그램이다. 부산외대 측은 “학습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일대일 과외 형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외대 한국어문화학부는 교육부가 지원하는 대학 특성화 사업에 선정돼 매년 3억 원의 국비 지원을 받고 있다. 예산 중 일부를 이 강좌에 투입한다. 이 학부는 학생들의 다문화 수용력 향상과 이주민의 안정적인 한국 정착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개인 사정으로 이날 수업을 듣지 못한 4명을 포함해 11명의 새터민이 수업에 참가한다. 수업은 매주 두 번씩 총 4주 진행된다. 보조강사인 학생들은 수업 후 별도 개인 과외를 제공한다. 취업을 준비 중인 새터민에게는 컴퓨터로 이력서 쓰는 법, 면접 때 자기 소개하는 법 등을 가르친다.
새터민들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북한식 말투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고민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새터민 A 씨(21)는 “보이스피싱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전문 학원 등 시중에서 표준어를 배울 수 있는 곳에 가려면 매달 수십만 원의 수강료를 내야 하는 등 경제적 부담이 크다. 대부분은 인터넷 무료 강좌를 찾거나 TV 뉴스를 보며 어렵게 우리말을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새터민지원센터 박지영 사회복지사는 “말투가 이상하다며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직장을 그만둔 사람도 있고 대학에서 다른 학생들로부터 놀림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새터민도 있다”며 “외국인을 위한 우리말 강좌는 많은 반면 새터민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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