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전현직 프로선수 등 26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는 프로농구 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한 농구 선수 박모 씨(29·은퇴)와 유도 선수 황모 씨(28) 등 2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8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2월 14일 열린 삼성과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 씨는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높은 배당금을 챙기기 위해 삼성 소속이던 박 씨에게 경기 중 고의적인 에어볼(림에도 맞지 않는 슛)을 던지게 했다. 이날 10분 24초(전체 40분)를 뛴 박 씨는 3점슛 2개와 2점슛 1개를 던져 모두 실패했고 삼성은 47-69로 패했다. 삼성이 패하는 데 각각 100만 원과 300만 원을 베팅한 박 씨와 황 씨는 경기 후 1.93배의 배당금을 챙겼다.
경찰은 또 인터넷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통해 수억 원의 상습 도박을 한 이모 씨(24) 등 프로농구 선수 11명, 유도 선수 12명, 레슬링 선수 1명 등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09년 8월부터 올 3월까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통해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베팅하는 등 30여억 원 상당의 도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입건된 프로농구 선수 중에는 국가대표 가드 김선형(27·SK)과 장재석(24·오리온스), 안재욱(28·동부), 김현민(28·kt)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억 원에 이르는 돈을 베팅한 선수도 있었다. 유도 선수 중에서는 현역 국가대표 상비군 3명이 포함됐다.
현역 군인 신분으로 불법 도박을 한 선수들도 있었다. 이들은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생활을 함께한 프로농구와 유도 선수들로 부대 내 PC가 설치된 휴식 공간인 사이버지식방에서 도박을 하거나 몰래 반입한 스마트폰을 이용해 불법 베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대부분의 선수가 수익을 챙기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2015∼2016 프로농구 개막을 사흘 앞둔 한국농구연맹(KBL)은 비상이 걸렸다. KBL은 9일 열려던 미디어데이 행사를 경찰의 수사 발표 하루 전날인 7일 앞당겨 개최했었다.
KBL은 8일 오후 긴급 재정위원회를 열어 “현재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 시점에서 징계 여부를 확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해 11명 전원에 대해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혐의가 확정될 때까지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KBL은 혐의 확정 시점에 다시 재정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KBL 관계자는 “2012년 강동희 전 동부 감독 사건 이후 선수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해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대학에서는 스포츠 도박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프로에 와서 교육을 받고도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죄질이 나쁘다”며 프로 입단 후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선수에 대해서는 중징계 처분을 내릴 의사를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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