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중학교 부탄가스 폭발 사건 이후, 정서불안 학생들이 일으키는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선 학교에선 학생들의 정신불안 상태를 알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불안 학생 10명 중 3명 이상이 학부모의 거부로 인해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교육부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전국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검사 결과 2차 조치가 필요한 ‘관심군’ 학생 10명 중 3명 이상이 아무런 추가 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된 학생은 8만7959명으로 이 중 전문기관에서 2차 조치가 취해진 학생은 68.9%인 6만570명이었다. 관심군으로 분류된 학생은 병원·의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정신건강증진센터, 청소년상담센터 등에서 상담을 받아야 하지만 30% 이상은 조치를 받지 못한 것이다.
정신적 문제를 파악하고도 추가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대부분 학부모의 거부나 비협조 때문. 교육부는 “전문기관과 연계해 후속 조치를 하려 해도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미성년자인 학생을 강제로 조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지역 중학교 3학년이었던 A 군은 갑자기 교실 바닥에 드러누워 난동을 부리거나 책상과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정서불안 상태가 심각했다. 이 때문에 담임교사가 부모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권했지만 A 군의 아버지는 되레 “내 자식이 정신병자란 말이냐”면서 막말을 하고 치료를 거부했다. 이 학교에선 A 군이 난동을 부릴 때마다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대피시키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부모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빙빙 돌려 얘기하거나 말도 못 꺼내기 일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학생이 자해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등 위험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해도 부모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동의하지 않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큰 사고를 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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