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술값 등 개인 용도로 줄줄 새는 연구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0일 03시 00분


서류 조작-딸 인턴 허위 등록… 대학교수 등 5명 불구속 입건

서울의 한 대학 교수 A 씨(62)는 2005년 5월 2일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개인적으로 술을 마신 뒤 49만5000원을 결제했다. 술값은 세미나 개최를 위한 회의비 명목으로 정부에서 받은 연구비로 충당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육성연구사업을 맡아 121억 원의 사업비를 총괄한 그는 모두 375회에 걸쳐 약 1억5800만 원을 부당하게 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받은 연구비를 유흥주점에서 쓰거나 개인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A 씨 등 대학 교수와 연구원, 벤처기업 대표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총 1800만 원을 횡령한 충북지역 대학 교수 B 씨(43)는 영수증을 복사해 이중으로 연구비를 청구하는 수법으로 101차례에 걸쳐 6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B 교수는 연구과제와 관련해 충북 오창으로 출장을 다녀온 뒤 톨게이트 영수증을 복사해 또 다른 과제로 한 번 더 다녀온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출장비를 더 타냈다”고 전했다. 지인들과 식사를 한 뒤 연구 관련 회의를 했다고 속이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12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아울러 받고 있다. 그는 ‘나노 복합체 관련 연구’ 과제를 맡아 2009∼2013년 연구비를 관리해 왔다.

부산의 한 대학 교수 C 씨(64)는 친딸을 자신이 총괄하는 연구사업의 청년인턴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록한 뒤 2009년 5월부터 12월까지 인건비 880만여 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연구재단으로부터 2009∼2010년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연안침식방지 기술개발 연구사업의 연구 책임을 맡았다.

서울의 명문대 부설 연구소 연구원 D 씨(29)는 연구비로 노트북을 구입해 개인 용도로 사용했고, 경남의 한 중소기업 대표 E 씨(42)는 연체된 회사 신용카드 대금 2100만 원을 연구비로 낸 것으로 드러났다.

한성수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2팀장은 “일부 연구자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연구비를 아무렇게나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도덕적 해이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구재단 측은 “경찰에 입건된 5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완료하고 횡령 금액도 환수했으며 연구비 카드 사용과 관련한 규정도 바꿨다”며 “이들 관련자는 앞으로 5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한국과학재단과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2009년 통합돼 만들어진 한국연구재단은 연간 학술 및 연구개발 활동을 위한 정부 재원 4조2000억 원가량을 운영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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