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노조 4년연속 파업향해 질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3시 00분


조합원 69.7% 찬성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10일 파업을 결의했다.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지 여부는 11일 오전 열리는 노사교섭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10일 파업 결의 후 사측과 협상을 재개했지만 통상임금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교섭을 마쳤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현대차는 2012년 이후 4년 연속 파업을 하게 된다. 현대차는 중국, 러시아 등 신흥시장 경기 침체로 올해 상반기(1∼6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7.1% 감소한 3조3389억 원에 그쳤다. 회사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노조가 파업을 가결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4년 연속 파업 가능성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체 조합원 4만8585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4만3476명(투표율 89.48%)이 참여하고 3만3887명(전체 조합원 대비 69.75%, 투표자 대비 77.94%)이 찬성해 파업이 가결됐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7일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이달 1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500명이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또 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11일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된다.

11일 교섭 결과가 현대차 노조 파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사측은 10일 열린 교섭에서 상여금(기본급의 750%) 중 510%를 통상임금에 산입하고 240%는 성과와 직무에 연동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앞서 ‘상여금 중 45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킨다’는 기존 입장보다 전향적인 안이다. 11일 오전 교섭에서 사측은 세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교섭이 끝난 뒤 노조는 쟁의대책위를 열어 실제 파업 돌입 여부와 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다.

○ 현대차 직원 1인당 평균 임금, 일본 도요타보다 16% 높아

현재 자동차업계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 현대차는 매출의 약 25%가 발생하는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5월 이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개월 연속 줄었다. 7, 8월에는 판매량이 30% 이상 줄었다.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팔아도 적자인’ 가운데 엔화와 유로화 약세에 힘입은 일본,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할인 공세도 견뎌내야 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지만 현대차는 고임금, 저생산성 인력 구조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은 9700만 원이었다. 일본 도요타(8351만 원), 독일 폴크스바겐(9062만 원)보다 높은 액수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 15만9900원(기본급 대비 7.84%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정년 65세로 연장 등을 요구했다. 해외 공장 생산물량을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도 넣어 경영권에 간섭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는 1시간 부분파업을 하면 100억 원, 전면파업을 하면 매일 1000억 원씩 손해를 입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노조도 대외 환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비교적 실리주의자로 꼽히는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2009∼2011년 무파업을 이끌었다. 현재 현대차 노사는 추석 이전 임협 타결을 목표로 교섭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는 “현대차 근로자의 임금은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라며 “고비용 인력 구조는 현대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자동차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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