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계와의 합의와는 별도로 노동개혁 입법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뜻을 공식 천명했다. 어제 최경환 경제부총리,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합동 브리핑을 통해 “노동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다음 주 초부터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 등 노동개혁 입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노동개혁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애당초 노동개혁은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와 경영계가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노사정위는 작년 12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원칙과 방향’에 합의한 뒤 올해 3월까지 우선과제에 대한 합의를 모색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 진전이 없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정부가 정한 합의 시한인 10일을 위원회에서 시한으로 정한 적이 없다”고 불만스러워했으나 구속력 없는 위원회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이제는 정부·여당이 주도하고 야당과 협의해 입법화를 추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최 부총리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공정한 해고를 위한 기준과 절차는 반드시 노동개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유연성 제고와 사회안전망 강화는 노동개혁 논의의 핵심이다. 그런데도 전체 근로자의 10%도 대표하지 못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취업규칙 변경에 한사코 반대하며 노동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세청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자 중 소득 상위 5%에 포함되는 연봉 기준은 세전(稅前) 8500만 원이었다. 양대 노총 산하 대기업 및 공기업 노조원 상당수의 연봉은 8500만 원을 넘는다. ‘경제적 약자’와는 거리가 먼 이들의 철밥통 고용 때문에 ‘청년 백수’와 대졸 예정자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전경련 개최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충남대 학생들의 89%가 “기업이 저성과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한 것도 이들 ‘노동 귀족’에 대한 젊은층의 차가운 인식을 보여준다.
정부는 여당과 협의해 노동개혁 법안을 국회에 신속히 제출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여야 간 이견으로 입법화가 늦어질 경우 정부 독자적으로 가능한 시행령 개정이라도 즉각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입법의 실질적인 칼자루를 쥔 야당도 노동계의 눈치만 살핀다면 국민의 매서운 심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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