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흉기 갖고 여친 기다린다” 아들 2차례 신고
다른 사건으로 오인해 30분 허비… 지나던 다른 순찰차가 60대母 검거
경찰의 안일한 현장 대응으로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두 번이나 신고를 받고도 인근에서 벌어진 다른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2일 오후 9시 42분경 자신의 집 앞에서 아들의 연인 이모 씨(34·여)를 살해한 혐의로 박모 씨(64·여)를 검거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두 사람의 교제를 반대하던 박 씨는 전화로 다투다가 집으로 찾아온 이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다. 이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박 씨 아들인 이모 씨(34)는 사건 발생 30분 전인 이날 오후 9시 12분 ‘어머니가 흉기를 갖고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다. 비슷한 내용의 가정폭력이 신고된 인근 주택을 박 씨 집으로 알았다는 것. 경찰은 “아들이 ‘103호’로 신고했지만 순찰차는 인근의 ‘지하 03호’로 출동했다. 지번까지 비슷해 같은 사건인 것으로 잘못 알았다”고 해명했다.
박 씨 아들은 경찰이 도착하지 않자 15분 뒤 다시 신고했다. 112지령실은 이상을 감지하고 재차 출동을 지시했지만 순찰차는 이때도 앞서 잘못 갔던 ‘지하 03호’로 다시 출동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경찰이 오지 않는 사이 이 씨는 박 씨의 집 앞에 도착했다. 3분가량 말다툼을 벌이다 이 씨가 던진 핸드백에 얼굴을 맞아 격분한 박 씨는 갖고 있던 흉기로 이 씨를 살해했다. 박 씨를 검거한 것도 다른 사건을 처리하고 현장을 지나치던 다른 경찰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사건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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