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3번 꺼졌는데 왜 환불 않나” 2억 벤츠 골프채로 박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光州 30대男 “수리후에도 멈춰 아찔”… 판매대리점 앞에서 항의하며 부숴

11일 오후 5시 광주 서구의 한 자동차 판매 대리점 앞. 검은색 고급 세단 앞에 검은색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한 남성이 섰다. 곧바로 이 남성은 야구방망이로 차량 곳곳을 내리쳤다. 방망이가 부러지자 이번에는 트렁크에서 골프채를 꺼내 들더니 다시 차량을 부수기 시작했다. 유리가 깨지고 강판으로 된 문이며 보닛이 찌그러졌다. 차량 파손 행위는 2시간가량 이어지다 골프채마저 부러지며 끝났다. 판매 가격이 2억 원이 넘는 벤츠 S63 AMG 차량은 50곳 이상이 움푹 파이거나 깨지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차량을 부순 사람은 올해 3월 이 차를 2억900만 원에 리스로 구입한 유모 씨(34·자영업자). 그러나 4월과 7월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엔진이 멈췄다고 한다. 시동이 꺼지고 핸들과 브레이크마저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게 유 씨의 주장이다. 당시 해당 차량은 각각 20일과 40일 동안 수리를 받았다.

그러나 9일 오후 2시 유 씨가 부산을 다녀오는 길에 또 엔진이 멈췄다. 임신 6개월째인 아내와 5세 아들이 타고 있었고 놀란 부인은 실신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는 벤츠를 판매한 대리점을 찾아가 환불을 요구했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자 11일 대리점 앞에서 차량을 부순 것. 유 씨는 “19세 때부터 꿈꿔온 벤츠를 평생 탈 ‘드림 카’라고 생각하고 샀다. 하루에 두 시간만 자면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산 차를 이렇게 부수는 심정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13일에는 또 다른 벤츠 S63 AMG 소유자인 이모 씨(34)가 같은 대리점을 찾아와 “최근 엔진 멈춤 현상이 두 번 일어났다. 해당 차종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항의했다.

대리점 측은 “유 씨가 차량 소음기 부분을 개조해 엔진 멈춤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며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중에 차량 파손이 발생해 해결 방법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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