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간 지 한 달이 됐다.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놓고 사측과 충돌하면서 역대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서고 있다. 파업과 직장폐쇄에 따른 손실은 눈 덩어리처럼 커지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16일 현재 매출 손실은 1300억 원대를 넘어섰다. ‘무노동·무임금’에 따른 노조원 피해도 적지 않다. 파업 참여 노조원들의 손실은 1인당 평균 380만 원씩, 모두 114억 원에 이른다.
공장 가동률이 25%를 밑돌면서 협력업체와 대리점의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금호타이어 협력업체는 190여 개로, 7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협력업체의 원부자재 납품 물량이 크게 줄어 매출 피해가 350억 원을 넘어섰다. 제품을 판매하는 130여 개 대리점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9월은 타이어 수요가 증가하는 성수기지만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제품이 없어 다른 회사의 매장으로 발을 돌리는 고객의 뒷모습을 보는 심정이 오죽할까.
역대 최장기 파업으로 노사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사측은 12일 노조 측이 직장폐쇄 이후 운동장 시설물을 무단 훼손했다며 노조 대표 지회장과 곡성지회장, 노조원 등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노조는 같은 날 불법 대체 근로를 문제 삼아 금호타이어 사장 등을 광주고용노동청에 고발하며 맞대응했다. 노사는 14일 광주공장 별관 5층에서 교섭을 진행했지만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결렬됐다. 노조는 ‘무노동·무임금’에 따른 임금 손실을 보전해 달라며 ‘300만 원+α’의 일시금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고 일축했다.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사태는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이 때문에 각계 대표들이 참여하는 ‘노사민정협의회’가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협의회는 관계·재계·노동계·교육계·시민사회단체 인사 28명으로 구성됐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시교육감, 전남대 조선대 총장, 광주은행장, 광주상공회의소장, 광주지방변호사회장 등 명망 있는 인사들이 포함됐다. 협의회는 7일 긴급회의를 열고 광주공장을 방문해 노사 양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했을 뿐 지금까지 한 일이 없다. 협의회가 사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누군가 노사 양측을 모아 ‘끝장 협상이라도 해보자’고 강단 있게 나서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언제부터인가 광주에 어른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누구의 눈치도 살피지 않고, 잘잘못이 있으면 따끔하게 꾸짖고, 시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어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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